자취생 김모(28)씨의 장보기는 특별하다. 그는 장이나 마트에 가지 않는다. 대신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서울 서대문 신촌거리 인근 버스정류장이 그의 장터다.
김 씨는 정류장 광고판에 붙어 있는 대형마트의 '가상스토어'를 향해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각 상품광고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대형마트가 내놓은 응용 소프트웨어(앱)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을 수 있다. 김 씨는 "모든 상품이 진열돼 있진 않지만 필요한 것들은 갖춰져 있고, 동네 마트보다 싼 물건이 있어서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중인 박 모(30)씨도 '손 안의 대형마트', 즉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즐긴다. 한살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직접 마트에 가는 게 힘들어서 스마트폰의 대형마트 앱을 주로 이용한다. 박 씨는 "두부, 햄 등 저녁거리를 자주 산다"며 "정해진 시간에 배달해 주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마트에 가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손가락만 움직여 장을 보는 시대가 열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대형마트 모바일 쇼핑족이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대 대형마트의 쇼핑 앱을 내려받은 건수는 올 7월 누적 기준으로 302만 건. 하루 평균 이용자는 3개사 합쳐 12만5,000명에 이른다.
유통업계에서는 혼자서 장보는 것을 꺼리는 1인 가구와 장 볼 시간이 없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 모바일 쇼핑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모바일 쇼핑 활성화에 절대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오죽하면 출근할 때 장을 보는 '출장족'과 퇴근할 때 장을 보는 '퇴장족'이란 용어가 새로 생겼을 정도.
이마트의 경우 출장족과 퇴장족에 힘입어 모바일 쇼핑 매출은 올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13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도 모바일 쇼핑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20배 이상 늘었고, 롯데마트 역시 5배 증가했다.
대형마트 모바일 쇼핑족들이 주로 구매하는 것은 채소와 라면, 통조림, 유제품 등 식품류다. 변지현 롯데마트 모바일 마케팅팀장은 "우유처럼 굳이 상품 정보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익숙한 식품 위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선, 가공식품 위주로 특가 상품을 구성해 10% 할인을 하는 모바일몰 행사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쇼핑은 과소비 방지에도 일조한다. 마트에 가면 기획 할인 상품 등 유혹이 많아 계획에 없는 구매가 이뤄질 수 있는 반면 모바일 쇼핑은 그런 유혹이 적어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없는 점이 단점이다. 김민희(30) 주부는 "모바일 쇼핑으로 새우살을 산 적이 있는데 크기가 예상보다 작아 실망했다"며 "평소 늘 사던 상품이면 모르겠지만 처음 사는 상품은 실물을 볼 수 없어 상품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배송비를 따로 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마트에 따라 보통 3,000~4,000원의 배송비를 받는데 3만~4만원 이상 사면 배송비를 깎아주거나 받지 않으니 되도록 3만, 4만원 어치 이상 몰아 사는 것도 방법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장을 보는 이들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상구 현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쇼핑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지고 스마트폰 화면이 커지는 등 모바일 환경이 발달할수록 모바일 쇼핑이 편리해져 이용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한 여성이 스마트폰의 대형마트 앱을 이용해 쇼핑을 하고 있다.
글ㆍ사진=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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