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구자원(78) LIG그룹 회장이 13일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노령과 암 투병 등을 감안하고도 중형이 내려진 데에는 무고한 일반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김용관)는 2,087억원의 사기성 CP를 발행하고 1,350억원의 불법대출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아들 구본상(43) LIG 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8년을, 범행에 가담한 LIG넥스원 등 임원 4명에게도 징역 2년6월~4년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구본엽(41) 전 LIG 건설 부사장에게는 CP 발행과 분식회계 등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구 부회장에게 징역 12년, 구 회장과 구 전 부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구 회장 부자의 범행에 대해 "헌법상 기본원리인 자유주의적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 중대한 기업범죄"라며 엄중처벌 배경을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LIG그룹의 경영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다수의 피해자(일반 투자자들)가 막대한 경제적ㆍ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범행으로 빼돌린 돈이) 모두 LIG건설로 귀속돼 피고인들이 직접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면서도 "이는 기업을 내세운 사기범죄의 일반적인 특성에 불과해 엄벌하지 않으면 중대한 기업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0년 간암 수술을 받은 구 회장의 사정을 고려했다면서도 "LIG건설에 인사권을 행사한 것을 비롯해 LIG그룹 전반의 경영에 관여했다"고 밝히며 실형 선고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아들 구 부회장에 대해서도 "그룹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가운데 경영권을 (정식)승계받을 지위에 있으면서 사기성 CP 발행을 통해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들이 금감원 조사 및 검찰 수사, 재판 과정에서 계속 진술을 번복하고 문서를 폐기하거나 자료를 조작한 것도 양형을 늘리는 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자는 실형이 선고되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구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구속인 통로로 나갈 때까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혼자 무죄 판결을 받은 구 전 부사장은 이 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떨궜다.
한편 재판부는 피해자 595명이 낸 배상명령 신청에 대해 배상책임의 범위가 불명확하고 일부는 구씨 일가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피해가 회복됐다는 이유로 모두 각하했다. LIG 총수 삼부자는 과거 LIG건설 인수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한 다른 계열사 주식을 회수하기 위해 LIG건설이 부도 직전인 사실을 알고도 2,151억여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