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3일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에 대해 “채 총장을 제거하려는 권력의 음모”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교한 시나리에 따라 채 총장을 낙마시킨 것으로 보고 16일 국회 법사위원회를 단독개최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음모를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회담을 앞두고 불거진 ‘채동욱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긴급브리핑을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의 주역인 원세훈, 김용판 두 피고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기소를 하면서 여권 내부에서 검찰총장 교체론이 솔솔 나온 것에 주목한다"며 “채 총장의 사의표명으로 검찰이 다시 과거 회귀, 정치검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호준 원내대변인도 “채 총장의 사퇴는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의 결과”라며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사상 유례 없는 일로 검찰총장을 욕보여 옷을 벗게 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길들이려는 음모”라고 덧붙였다.
국회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낸 뒤 새누리당을 향해 16일 법사위 소집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불참 의사를 통보함에 따라 법사위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하는 ‘반쪽 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은 성명서에서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는 채 총장을 제거하려는 권력의 음모로 밖에 볼 수 없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 재판에 대한 간섭이자 공안정국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가 터졌을 때부터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를 강력히 의심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최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지금 보도에 나오는 개인 출입기록이나 가족관계등록부 등 일련의 서류는 본인 아니면 발급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검찰 공안통 출신인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의 등장 이후 양건 전 감사원장에 이어 채 총장까지 물러나게 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김 실장과 홍 수석이 나서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차례차례 정리해가는 수순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채 총장의 낙마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야당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미 수사가 검찰의 손에서 넘어간 사건으로 검찰총수를 흔든다는 것은 근거 없다”며 “사의표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들이 퍼지는 상황을 감안하여 진실이 하루 빨리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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