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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관통한 사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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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관통한 사진의 무게

입력
2013.09.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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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아인슈타인이 사망한 1955년 4월 18일 미국 프린스턴 병원 앞은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자 하는 유족의 뜻에 따라 장례식 장소는 극비에 부쳐졌으며 병원 문도 철저히 통제됐다. 아인슈타인의 아들은 극심한 혼잡을 피해 인근 프린스턴 대학에 있는 아버지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연구실 문을 열었을 때 안에는 이미 카메라를 든 남자가 와 있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 지으며 그가 말했다. "라이프지 기자군요?"

세계 보도사진 분야에 독보적인 발자국을 남긴 시사 화보 잡지 사진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11월 25일까지 열린다. 20세기 최고의 사진기자들이 촬영한 900만장의 사진 중 최고의 사진으로 꼽히는 130여장을 볼 수 있다. 1959년, 1977년 전시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세 번째 사진전이다.

1936년 발간돼 2007년 폐간한 라이프지는 TV가 없던 시절 전세계인의 눈 역할을 했다. 당시 이 잡지에 사진을 올린다는 것은 모든 사진기자들에게 최고의 영광이었으며 그만큼 라이프지 기자들의 정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50~60년대 미국 언론가에서는 "사건사고 정보를 접한 고참 기자들이 현장에 출동하면 그곳엔 이미 라이프지 수습기자들이 나와 있다"는 질투 섞인 푸념이 나돌았다.

라이프의 사진들이 늘 긍정적인 역할만 했던 건 아니다. 전쟁의 포화가 끊이지 않았던 20세기 중반, 삶의 희비가 극명하게 교차되는 전쟁터는 라이프지 기자들의 주무대였다. 최고의 기자들이 포착한 전쟁터 풍경은 슬프도록 아름답거나 벅차도록 위대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인들로 하여금 정부가 벌이는 이 '아름답고 위대한 일'에 자기의 세금이 쓰이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하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60년대 베트남전을 취재한 라이프지의 래리 버로우즈가 흑백이 아닌 컬러 사진을 찍으면서 여론은 급반전했다. 붉은 피와 눈물로 얼룩진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비로소 전쟁의 참혹함을 실감했고 미국 정부의 잔인함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후 미국은 모든 전쟁터에서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는 지침을 만든다. 진실을 폭로하는 동시에 죽음도 미화하는 사진의 거대한 힘은 찍는 이의 통제조차 벗어나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밖에도 49년 김구 선생 서거 후 집무실 앞 마당에 엎드려 오열하는 한국인들의 모습, 2차대전 종전의 기쁨을 기습 키스로 표현하는 해병, 즉위 직후 연설에 앞서 잔뜩 신경이 곤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젊은 모습도 전시됐다. 한 세기를 관통하는 사진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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