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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암시장 만든 이유는… 일상의 저항을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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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암시장 만든 이유는… 일상의 저항을 들여다보다

입력
2013.09.1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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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영양 실조, 식량 배급, 군인, 천암함과 연평도 포격, 권력 세습…. 북한을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다. 이처럼 굳어버린 외피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북한 사람들의 실제 삶이 최근 들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종편에서 방영 중인, 탈북 북한 여성들이 출연하는 토크쇼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북한의 내부 생활상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그동안 북한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전체주의 접근법, 비교정치 방법론, 내재적 접근법 등이 주류를 이뤄왔다. 특히 1980년대에 널리 적용된 내재적 접근법은 서구 사회나 남한의 잣대로 북한을 재지 말고 그들의 체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이해하자는 게 요지다.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가 제안한 이 방법론은 북한에 관한 한 냉전적 사고에 갇혀 있던 시선을 확장시켰다는 호평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북의 세습 독재 체제를 옹호한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도 있다.

북한을 이해하는 방법론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부상한 것이 일상 생활 연구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일상 생활 연구를 통해 북한을 제대로 알자는 이 새로운 접근법은 북한의 특수성보다 인류의 보편가치에 입각한 보편주의적 접근법(외재적 접근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 수가 2만명이 넘어서면서 확산됐다.

조정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롯해 정영철, 홍민, 박영자 등 일군의 학자들이 일상 생활 연구를 통해 북한을 파악한 성과를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거시 구조나 공식 담론 분석을 중심으로 이뤄져 온 기존 연구가 놓쳤던, 북한 사회 내부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상의 관점에서 바라본 북한 사회는 위로부터의 명령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정치 권력의 지배가 빈틈없이 관철되는 모습이 아니다. 그보다는 삶의 공간 도처에서 지배의 손길을 피해 체제가 요구하는 규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과 일상적 저항의 움직임으로 생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침 저녁으로 김일성ㆍ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닦으며 충성했지만 끼니조차 챙겨주지 못하는 정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먹고 살 방법을 찾아 나선 주민들은 '장마당'이라는 시장을 만들었다.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과 저항은 아니지만, '일상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일상의 저항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책의 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체제 전환을 불러일으킬 집단 행동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아직은 아무 것도 점칠 수 없다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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