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런 게 연승전의 묘미일까. 45세 이상 남자 시니어와 여자기사들이 12명씩 한 팀을 이뤄 연승전 방식으로 대결하는 이색 기전, 제7회 지지옥션배에서 양 팀이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번갈아 연승포를 터뜨리며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10일 바둑TV대국실에서 열린 지지옥션배 연승대항전 본선 20국에서 시니어팀의 조훈현이 여자팀의 박소현을 물리치고 4연승을 거뒀다. 이로써 여자팀과 시니어팀이 똑같이 10승10패를 기록했고, 남은 선수 역시 두 명씩으로 승부는 완벽하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니어와 여자팀은 이번 대회에서 서로 한 치도 양보 없는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양 팀의 선봉장이 맞선 제1국에서 현미진이 이관철을 물리치자 곧바로 제2국에서 시니어팀의 두 번째 선수 정대상이 현미진을 꺾고 1국 패배를 설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엎치락뒤치락 재미있는 승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여자팀의 두 번째 선수 조혜연이 등장하면서 판세가 급격히 여자팀으로 기울었다. 조혜연은 정대상에 이어 김동엽, 서능욱, 최규병, 김종수까지 시니어팀 맹장 다섯 명을 잇달아 물리쳐 기세를 올렸다.
위기를 느낀 시니어팀은 급히 주장 서봉수를 서둘러 등판시켰는데 이 작전이 기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서봉수는 팀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조혜연, 김신영, 김나현, 김혜민, 윤지희 등 여자팀 선수 5명을 차례로 밀어냈다.
이번에는 여자팀에서 실질적인 최강자 최정을 내보냈다. 열일곱 살 소녀장사 최정은 서봉수의 연승 행진을 저지한 후 양상국, 박영찬, 김일환을 꺾고 4연승을 기록하며 시니어팀을 거의 그로기 직전까지 밀어 붙였다.
하지만 시니어팀에는 아직 조훈현이 남아 있었다. 조훈현은 최정과 난전 끝에 극적인 반집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김수진, 권효진, 박소현을 차례로 물리쳐 최정에게 당한 4연승을 고대로 되갚았다.
이제 양 팀의 남은 선수는 시니어팀이 조훈현 유창혁, 여자팀은 박지은 김혜림, 각각 두 명뿐이다. 16일에 열리는 다음 대국에는 여자팀에서 김혜림이 출전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승부의 흐름대로라면 이번에는 여자팀이 이길 차례인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지, 또한 마지막 종합 우승은 결국 어느 팀이 차지할 지, 매우 흥미진진하다.
지지옥션배는 그동안 여자팀과 시니어팀이 서로 세 번씩 사이좋게 우승을 나눠 가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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