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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록! 작년 4강 멤버 8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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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관록! 작년 4강 멤버 8강행

입력
2013.09.1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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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에서는 역시 관록을 무시할 수 없나 보다. 바둑계 최고 영예인 명인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8강 레이스에 지난해 4강 멤버가 올해도 고스란히 살아남았다.

10일과 11일 바둑TV대국실에서 벌어진 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본선 1회전(16강전)에서 최철한과 안성준이 각각 목진석과 한태희를 누르고 나란히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올해 명인전 본선 8강 멤버가 모두 확정됐다. 전기 우승자 이세돌(30)과 준우승자 백홍석(27)을 비롯해 박영훈(28), 이지현(21) 등 전기 4강 멤버가 모두 건재한 가운데 최철한(28), 안성준(22), 김성진(24), 류수항(23)이 새로 8강에 합류했다.

당초 본선 16강 명단에는 이창호, 목진석, 안조영 등 30대 노장과 변상일, 김승재, 김동호, 한태희 등 신예강자들의 이름도 있었지만 1회전을 거치면서 모두 탈락했다.

8강전 대진이 무척 흥미롭다. 이세돌(랭킹 3위)과 이지현(12위), 박영훈(6위)과 김성진(42위), 최철한(4위)과 안성준(17위), 백홍석(7위)과 류수항(34위). 마치 누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배치한 듯 랭킹 10위권 내의 강자와 20대 초반의 신진기예가 나란히 한 조를 이뤘다.

객관적인 전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상위 랭커들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요즘 신예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아 결과는 전혀 예측불허다.

▲박영훈 -김성진(9월 24일)

8강전 첫 판은 박영훈과 김성진이 시작한다. 38, 39기에 명인전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박영훈은 바둑계에 소문난 실속파다. 매년 어김없이 한두 개 타이틀을 반드시 손에 쥐었다. 올해도 연초에 일찌감치 천원타이틀을 챙겨 놓은 상태다. 최근 상위 랭커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박영훈은 현재 52승20패(승률 72%)로 다승 1위, 승률 7위를 달리고 있다.

김성진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전기에는 16강전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는 8강까지 올라왔다. 올해 성적도 괜찮다. 33승16패(승률 67%)로 다승 13위, 승률 21위다. 전체적으로 박영훈에게 다소 뒤지지만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는 한 발 앞선다. 지난해 바둑리그에서 박영훈에게 1승을 거뒀다.

▲이세돌-이지현(9월 25일)

명인전 3기 우승(36, 37, 40기)에 빛나는 이세돌이지만 요즘 국내외 기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세돌은 올해 단 한 개의 타이틀도 차지하지 못했다. 명인전이 마지막 기회다. 자칫하면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무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반면 이지현은 지난해 처음 명인전 본선에 오른 후 곧바로 4강까지 진격하더니 올해 다시 8강에 오른 걸 보면 명인전과 꽤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성적은 이지현이 크게 앞선다. 이세돌이 25승21패(승률 54%)로 다승 38위, 승률은 50위권 바깥인데 비해 이지현은 29승13패(승률 69%)로 다승 23위, 승률 13위를 달리고 있다.

이세돌과 이지현은 그동안 바둑리그에서 두 번 만나 이세돌이 두 번 다 이겼다.

▲백홍석-류수항(10월 1일)

백홍석은 지난 2년 연속 명인전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현재 군 복무 중이어서 실전대국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다. 올해 전적이 2승3패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 입대 후 승부근성이 강해졌다는 평이다. 이창호와의 16강전에서 초반에 패색이 짙었지만 끈질긴 투혼을 발휘해 끝내 역전승을 거뒀다.

류수항은 올해 명인전 본선에서 가장 새로운 얼굴이다. 2011년 21살 나이로 약간 늦게 입단했다. 올해부터 갑자기 성적을 내기 시작, 34승16패(승률 68%)로 다승 12위, 승률 15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명인전 예선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김지석을 꺾었고, 올레배서는 원성진, 지난달 바둑리그서는 박영훈을 잡는 등 강자들에게 특히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백홍석과는 이번이 첫 대결이다.

▲최철한-안성준(10월 2일)

최철한은 그동안 이상하게도 명인전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작년에도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올해 전반적인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지만 연초에 천원전 결승전에서 박영훈에 0대2로 진 이후 타이틀을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현재 48승1무20패(승률 71%)로 다승 3위, 승률 10위에 올라 있다.

안성준은 지난해 물가정보배 결승서 김지석을 2대0으로 누르고 우승, 타이틀홀더 반열에 올랐다. 올해 성적은 29승1무14패(승률 67%)로 다승 22위, 승률 19위다. 얼마 전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최철한은 아쉽게 탈락했지만, 안성준은 당당히 16강에 진출했다.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특이하게도 1전 1빅이다. 지난 7월 바둑리그에서 처음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프로바둑 사상 최초의 장생 형태가 나와 크게 화제가 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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