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더 이상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속설이 통하지 않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남녀 청소년(15세)의 수학 성적 격차가 가장 좁은 나라 중 하나로 평가가 된 것이다. 반면 통상적으로 여학생의 성적이 좋은 '읽기'능력에서는 성별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12일 OECD가 공개한 'OECD 회원국의 성별 학력격차'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OECD 회원국의 15세 청소년 학력을 비교한 결과, 남학생이 강세를 보이는 수학에서 한국은 성별 격차가 가장 좁은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됐다. 2009년 국제 학력평가에서 한국의 성별 격차(남학생 554점ㆍ여학생 550점 내외)는 4점에 불과했는데, 이는 조사대상 41개 국가 평균(11점ㆍ남학생 501점ㆍ여학생 490점)의 절반 수준이다. 한국보다 남녀 격차가 작거나, 오히려 여학생 성적이 높은 곳은 리투아니아 등 5개국 뿐이다.
박부권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 남녀 학생간 수학 학력차가 좁은 이유에 대해 한국 특유의 수학 수업 방식을 지목했다. 박 교수는 "인간 뇌의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어학은 여자가 강하고 수리적 능력은 남성이 강하다'는 특성이 단시간에 사라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우리나라 입시 위주의 수학수업은 스스로 원리를 찾아 문제를 풀기보다는 패턴을 외워 해결하는 것이라 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면, 수학적 재능이 있는 학생과 격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여학생이 강세를 보여온 읽기 능력의 경우 남녀 학생간 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2000년의 경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15점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2009년에는 점수 격차가 35점(남자 525점 내외ㆍ여자 560점 내외)으로 확대됐다. 35점 격차를 학습 기간으로 환산하면 1년 가량에 해당한다. OECD는 "한국은 이스라엘, 루마니아 등과 함께 남녀 청소년의 '읽기 능력'격차가 가장 가파르게 확대된 나라"라고 평가했다.
또 OECD는 대부분 회원국에서 여학생 학력이 남학생을 앞지르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그 원인으로 ▦청소년기에는 남성이 공부 몰입을 방해하는 외부 요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OECD 회원국 초등학교 교사 대부분이 여성 위주로 구성된 점을 꼽았다. 특히 한국에서 여학생의 학력이 남학생보다 크게 앞지르는 이유에 대해서 박 교수는 "예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전문직이 아니면 취업이 여전히 힘들기 때문에 학력이 우수한 여학생들일수록 더 열심히 공부한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OECD 통계는 한국 청소년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최상위권의 학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주요국 또래 가운데 이공계 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낮다는 점도 보여줬다. 한국 청소년은 수학ㆍ과학 부문 국제 평가(2009년 기준)에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으나, 장래 이공계 분야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8%에 불과해, 32개 회원국(OECD 평균 11%) 가운데 28위에 머물렀다. 입시문제 전문가들은 "대입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상위권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이과뿐 아니라 문과에서도 수학을 잘해야 하고, 그런 이유에서 수학이 우수한 학생이 오히려 문과를 지망하는 '역선택'이 많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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