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노숙투쟁이 12일로 17일을 맞고 있다. 서울시청 앞 광장 천막당사에서 아침 회의를 진행하고 업무 시간에는 통상 일정을 소화한 뒤 밤에 천막당사의 야전침대로 돌아오는 일상은 강행군이나 다름없다. 13일에는 선친의 반공법 위반 재심 사건 출석까지 겹쳐 노숙투쟁 와중에도 김 대표는 쉴 틈이 없다. 공교롭게도 17일은 김 대표의 60회 생일로 회갑연도 천막에서 맞을 판이다.
13일 선친의 재심 사건 재판은 김 대표에게 개인 가족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김 대표의 선친은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로 1975년 대구지방법원에 계류 중이던 통일사회당 중앙상임위원 사건의 공소장 사본 등을 언론에 배포한 사건과 관련해 76년 6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징역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잇딴 긴급조치 위헌 판결에 따라 김 전 당수 사건도 재심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선친을 대신해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통치를 심판하는 재판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재심 공판에 참석해 직접 신청인 최후진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앞서 재심청구서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인용하며 "한국전쟁 휴전으로 위기상황이 상존하는데 북한의 남침가능성 증대란 추상적 인식만으로 긴급조치를 발령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최후진술에서는 현재의 여야 대치정국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한측근은 "유신시절 긴급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민주주의 회복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에둘러 비판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친의 재심 공판정에서도 대여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앞서 "총통을 꿈꾸던 독재자(박정희 전 대통령)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표현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감정적 공세를 펼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대표의 최후진술과는 상관없이 무죄판결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김 대표는 노숙투쟁은 '원ㆍ내외 병행투쟁' 방침에 따라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영수회담 제의가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당장은 광장에서 국회로 회군할 뚜렷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 대표는 17일 회갑연도 천막당사에서 맞이할 공산이 커졌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김 대표의 생일에 맞춰 미역국과 케이크를 곁들인 조촐한 환갑상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당직자는 "대표가 추석 연휴도 천막에서 보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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