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THAAD)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세계 최대 무기업체인 록히드 마틴의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마이클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공중ㆍ미사일방어 부문 부사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미사일방어 설명회에서 "한국이 패트리엇(PAC)-3 요격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다음 단계의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THAAD 체계의 도입 검토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체제의 전면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MD체제 편입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미일로 이뤄진 동북아 지역MD에 한국이 참여하도록 압박해왔으나 한국은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과 중국 자극 가능성 때문에 PAC-3를 중심으로 한 하층방어 체제인 KAMD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트로츠키 부사장은 "한국 군은 MD 체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1단계로 PAC-3를 도입하고 이후 더 먼 거리(중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원거리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트로츠키 부사장은 특히 "한국 군은 이미 보유한 PAC 시스템과 호환할 수 있는 기종을 원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그들이 록히드 마틴의 THAAD에 굉장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 군은 여러 시스템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라며 "우리는 다른 기종과의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군이 올해 4월 도입을 결정한 PAC-3의 가격에 대해 그는 "시기와 수량에 따라 다르다"며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KAMD의 핵심인 PAC-3 시스템은 지상 20㎞의 저고도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군 일각에서는 노동미사일 같은 북한의 중거리미사일을 70~150㎞ 상공에서 요격할 수 있는 THAAD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록히드 마틴이 한국 정부의 THAAD 도입 검토를 공개한 이날 미군은 서태평양에서 THAAD 체계 등을 가동해 2개의 중거리 미사일을 동시 요격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군은 올해 4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령 괌 기지에 THAAD 체계를 배치한 바 있다.
한국이 THAAD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트로츠키 부사장의 발언과 관련, 한국 국방부 당국자는 "들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라고 했으며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THAAD 체계의 도입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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