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청와대의 3자회담 제안을 수용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의 영수회담을 목적으로 국회를 방문하는 첫 국가 지도자가 된다. 과거 국회 시정 연설이나 민감한 현안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대통령이 국회를 찾은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영수회담을 국회에서 연 적은 한 번도 없다.
역대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장소는 모두 청와대였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겸하던 시절에도 역시나 '청와대 영수회담'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각 10차례, 8차례 청와대로 야당 대표를 초청해 민감한 사회적 현안을 담판을 통해 풀어냈다.
당청 분리를 천명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2차례 청와대 영수회담을 가졌다. 2005년 9월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노 대통령이 "회담 형식에 구애 받지 않겠다"고 응하면서 영수회담이 성사됐다. 당시 회담에서 두 사람은 '대연정'등을 논의했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두기를 시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협상과 한미FTA 비준동의안, 미디어법 처리 등을 논의하기 위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등과 3차례 청와대 영수회담을 가졌다.
역대 대통령들이 국회를 전혀 방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식과 취임 첫해 정기국회 시정연설, 개원 국회 연설 등의 행보였지 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박 대통령도 올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국회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의 새누리당 의총에 참석해 "국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긴급한 현안 처리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1월 15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협조를 위해 국회를 찾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 접견실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4년 1월 8일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 통과를 당부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회의장실에서 박 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민주당 조순형 대표,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과 만나 법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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