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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의 민원 안내… "일회성 이벤트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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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의 민원 안내… "일회성 이벤트 아니에요"

입력
2013.09.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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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경찰서 1층 현관. 정복을 갖춰 입은 한 중년 경찰관이 민원인을 안내하고 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 적힌 노란 어깨띠 옆으로 보이는 무궁화 넷. '경찰의 꽃'이라 불리는 총경(總警)이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는데 이제 잘 적응했습니다." 벌써 세 번째 민원안내 근무라는 진교훈(46) 양천서장이 멋쩍게 웃었다.

양천서는 여느 경찰서처럼 공익근무요원들의 몫이었던 민원인 안내를 지난달 1일부터 경찰서 전 직원 130여명이 돌아가며 1시간씩 맡고 있다. 업무에 익숙한 경찰들이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지난 4월 부임한 진 서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진 서장은 2주에 한 번 꼴로 돌아오는 근무일정표에 자신의 이름도 올렸다. 공익근무요원들이 앉아 있던 책상을 치우고 1시간 동안 서서 민원인이 들어올 때마다 다가가 방문 사유를 묻고 담당 부서로 안내한다. 서장이 일회성 이벤트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근무를 서겠다고 나서자 당황하고 불편해 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익숙해진 듯하다.

그는 "동네 주민센터에만 가도 다들 자기 업무에 바빠 누구 하나 민원인을 신경 쓰지 않아 무안할 때가 종종 있다"며 "특히 경찰서에는 안 좋은 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먼저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어봐 주는 게 작지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원인들의 반응도 좋다. 이날 교통사고를 접수하러 온 한 주민은 '무궁화 넷'을 한 눈에 알아보고는 "왜 서장님이 여기까지 내려 오셨냐"며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사소한 민원 하나도 서장이 직접 챙긴다는 느낌이 들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사건ㆍ사고에 연루돼 당황하고 초조한 상태로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들이 많다 보니 하소연부터 늘어놓는 민원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달 중순 리어카를 잃어버렸다는 한 할아버지가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진 서장을 붙들고 "형사님이 내 리어카 좀 찾아 달라"며 사정하는 통에 '진짜 형사팀'으로 안내하기까지 진땀을 흘리기도 했단다.

경찰이라면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지만 진급을 할수록 책상머리에 앉아 결재서류 보는 일이 많아지는 게 현실. 진 서장은 요즘 '현장에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임관 당시의 각오를 되새긴다고 했다. "불안한 표정으로 경찰서에 들어서는 민원인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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