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두 자릿수로 늘어나는 국방 예산을 책정하고 있는 중국이 이것도 모자라 민간자본까지 끌어들여 군사력을 키우겠다고 나섰다. 달라진 국가적 위상에 맞춰 먼 바다까지 나가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강한 해군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12일 중국증권보(中國證券報)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최대 국유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은 전날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22억여주를 비공개 발행키로 했다고 공고했다. 신주를 받게 될 투자자 및 기관은 중국 국내 군함 전문 제조업체들과 조선소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사모펀드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증자를 통해서 유입되는 자금은 모두 85억위안(약 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CSIC는 이 자금을 항공모함과 군함, 잠수함을 건설하는 시설과 설비를 갖추는 데 써, 군수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단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공식 국방 예산을 두 자릿수로 계속 늘려왔다. 올해 중국의 국방 예산도 10.7% 증가한 7,406억2,200만위안(약 130조원ㆍ전국 예산 기준)이다. 그러나 이는 공개된 수치일 뿐, 실제론 이 보다 더 많은 국방비를 쓰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중국의 지난해 국방비 지출을 1,660억달러(약 180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6,820억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FT는 CSIC가 민간 자본까지 끌어들이기로 한 것은 일본과의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문제, 필리핀 및 베트남과의 남중국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군력을 빠른 시일 내에 증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SIC의 공고가 나온 11일은 일본이 센카쿠를 국유화한 지 딱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10일 댜오위다오 해역에서 모두 함선 15척을 동원, 팽팽하게 대치한 바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반건조 상태로 들여온 첫 항모 랴오닝(遼寧)호를 취역한 데 이어 100% 국산 항모 건조에도 착수한 상태다.
이와 함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조선 및 철강 업체들을 돕기 위한 조치란 분석도 나온다. 이들을 간접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군수 산업을 촉매제로 활용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전날과 이날 상하이(上海) 증시에선 신주를 받게 될 기관과 수혜 기업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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