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전격 제안하면서 회담 장소로 국회를 택하고 '투명한 대화'를 강조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는 "국회를 존중하고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야당에게 미묘한 정치적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서 여야 대표를 만나겠다는 형식에서는 대통령의 국회 존중 의지가 충분히 엿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박 대통령께서 예전부터 국회를 자주 찾겠다고 했다"며 "입법부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국회의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원칙의 강조는 현 정국에서 다양한 함의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국회와 적극 대화하려는 모습을 통해 그간 박 대통령에게 쏟아졌던 '여의도 정치 무시' '국내 정치 실종' '불통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국 경색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불만이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극적인 반전 카드를 던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특히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제안은 서울광장 천막 당사에서 장외 투쟁중인 야권에는 '거리 대 국회'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고도의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을 향해 '광장에서 벗어나 국회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대통령 제안을 거부할 경우 야당이 마치 국회 입법 활동을 방치하는 것처럼 보여 '민생을 살리는 대통령' 대 '정쟁만 일삼는 야당'이란 여권의 프레임에 말려들 수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청와대가 이날 회담을 제안하며 투명한 대화를 거듭 강조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 수석은 "비밀리에 할 이유가 없다"며 "회담 뒤 어떤 부분은 공개하고, 어떤 부분은 공개하지 않는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회담 내용을 투명하게 모두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야당과 이면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야당에게 일종의 '당근'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혀진다.
이는 또한 3자 회담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는 상황까지 상정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회동에서 민생 입법의 처리를 당부했으나, 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해서 회담이 결렬됐다는 점을 국민에게 호소하겠다는 함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제안은 정국 타개를 위해 양보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지만, 실제는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면돌파용 압박 카드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이날 회담 제의에 대해 "어떤 의도인지 파악해야 결정할 수 있다"며 선뜻 수용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분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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