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으로 신세를 편 대표적인 정치인이 작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왔던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다. 그가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았을 때 조직위는 난파직전이었다. 유치 과정에서 IOC 위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전임 위원장이 옷을 벗었고, 위원 6명이 무더기 퇴출됐다. 후원업체의 계약취소도 속출, 4억 달러의 적자가 불가피해지면서 2002년 올림픽 개최가 걱정될 정도였다. 롬니는 CEO 경험을 발휘, 올림픽을 1억 달러 흑자로 바꿔놓았다. 모교인 하버드대가 그의 올림픽 경영수완을 케이스로 연구할 정도였다. 상원의원 도전에 실패했던 롬니는 이를 계기로 올림픽이 열린 그 해 말 주지사에 당선됐고, 결국 대선 후보까지 거머쥐었다.
▲ 1936년 베를린올림픽은 스포츠가 정치에 오염된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대회였다. 히틀러는 게르만족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전쟁 명분을 삼기 위해 올림픽을 철저히 홍보수단으로 이용했다. 올림픽 내내 독일 국기 대신 나치를 상징하는 하켄크로이츠(갈고리십자가)깃발이 게양됐다.
▲ 64년 도쿄올림픽은 일본이 전범국가의 이미지를 극복하며 국제체제 복귀를 알린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개막을 알리는 성화봉송의 출발지는 미야자키(宮崎)시 평화공원의 제국주의 상징인 팔굉일우(八紘一宇)탑이었다. 패전 직후 평화의 탑으로 이름을 바꾼 이 탑은 신화에 나오는 진무 일왕이 '일본이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고 했다는 건국이념을 상징한다. 도쿄올림픽을 패전의 치욕을 딛고 민족의 욱일승천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로 삼으려 했던 일본의 속셈을 서방이 제대로 알 리 없었다.
▲ 2020년 하계올림픽이 다시 도쿄에서 열린다. 올림픽 유치에 명운을 걸었던 아베 총리는 충만해진 자신감으로 극우정책을 더 강력히 밀어붙일 태세다. 홍콩 성도일보는 "도쿄올림픽이 베를린올림픽의 복제판이 될 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나치의 헌법 무력화 수법을 배우자"는 아소 부총리의 말처럼 2020년 도쿄 하늘이 욱일승천기로 뒤덮일 것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일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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