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골자로 한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령(안)에 대한 여당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협의에 법 개정과정의 논의 내용을 그대로 살린 시행령(안)을 입법예고 안으로 올렸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무위원들이 입을 모아 그 내용에 강하게 반발하며 규제 범위와 강도의 완화를 주장했다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알기에, 대규모 기업집단 내부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는 해묵은 요구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논의의 출발점이자 핵심이었다. 그런 관행이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돼왔을 뿐만 아니라 편법 증여나 상속의 주된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국민 다수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처음 정부와 여야가 앞을 다투어 일감몰아주기 규제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대규모 기업집단의 모든 계열사와의 거래'가 대상이었다. 그것이 시장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지적에 따라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다시 '총수 일가가 일정 비율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범위가 좁혀져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다. 구체적 수치는 시행령이 정하도록 넘겼지만, 법 개정 과정에서 대체로 '총수 일가 지분 30%이상(비상장사 20% 이상)' 정도의 묵시적 합의는 있었다. 공정거래위의 시행령(안)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금지되는 일감몰아주기의 유형으로 '시장가격과 7% 이상의 차이일 때'를 '10% 이상'으로 늦추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의 기준인 '효율''보안''긴급' 등의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라는 지적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 다만 모법에 수없이 나오는 '부당한'이란 표현의 반대 경우를 예시했다는 점에서 특별히 명확성을 해쳐 공정거래위의 과도한 재량에 맡겨졌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미 충분히 논의되었고, 사회적 합의도 형성된 마당에 여당이 뒤늦게 시비를 거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경제민주화의 포기가 아니라면, 기본적 취지를 흐리는 행태는 즉각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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