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장면에서 백이 패의 대가로 하변 흑 두 점을 잡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중앙에서 본 손해를 벌충하려면 왼쪽 흑돌까지 다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류만형이 1부터 7까지 간단히 두 집 내고 살아버렸다. 수순 중 3이 멋진 맥점이다. 그냥 1로 젖히는 건 2로 먹여치는 수가 통렬하다. 3부터 8까지 외길수순을 거친 후 결국 9, 10으로 패싸움을 피할 수 없다.
백이 좀 더 힘을 내야 할 시점이다. 안성준이 8부터 14까지 여기저기 부지런히 움직이며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맸다. 반면 류민형은 느긋한 표정이다. 15로 확실하게 우하귀를 제압한 건 "이것으로 내가 이겼습니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실은 15가 너무 느슨했다. 1로 상변을 갈라쳐서 선제공격을 펼쳤으면 흑이 알기 쉽게 우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전에서는 반대로 16부터 28까지 상변, 우변에 이어 중앙까지 10수 정도를 백이 혼자서 다 둔 느낌이 들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갑자기 바둑의 흐름이 이상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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