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부가 인도네시아 식민지 통치 시절에 저지른 민간인 집단 즉결처형 사건에 대해 67년만인 12일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네덜란드 더치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주인도네시아 네덜란드대사관은 이날 자카르타 네덜란드문화원에서 행사를 열고 인도네시아 통치 시절인 1945~47년에 남부 술라웨시 등에서 벌어진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의 피해자 유족 10명에게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가 개별 사건에 대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하고 사과한 적은 있지만 즉결처형 사건 전반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기는 처음이다.
치어트 드 즈반 네덜란드 대사는 이날 행사에서 사과문을 통해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군대가 저지른 것과 다름 없는 술라웨시와 서부자바 라와게데의 즉결처형 사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정부가 특별한 책임이 있음을 안다"며 "네덜란드 정부를 대표해 이들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군인들은 인도네시아 식민통치 시절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 술라웨시와 서부자와 라와게데 등 마을 수십 곳에서 주민들을 집단으로 즉결 처형하는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 피해자 측은 이 사건으로 사망자가 4만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고, 네덜란드 언론은 3,000~5,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학살로 남편을 잃은 부인들에게 개별적으로 2만 유로(약 2,94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해자 유족인 나니(93)는 "네덜란드로부터 보상을 받는다면 기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돈을 볼 때 마다 남편에게 일어났던 끔찍한 일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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