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접촉 많은 중요업무… 병원이 직접 고용해야"박영복(56)씨∙서울시립 보라매병원 환자이송 노동자
입원 환자들이 검사나 수술을 받으러 갈 때 환자를 안아 휠체어나 이동식 침대로 옮겨 이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환자와의 접촉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라는 이유로 의사, 간호사 및 사무직원까지 모두 받고 있는 위험수당을 받지 못한다. 심지어 하청업체에서 근무복을 2벌밖에 안 줘 한 벌을 일주일 동안 입고 집에 가져가서 직접 세탁한다. 매일 근무복을 갈아입고 병원에서 세탁까지 해주는 정규직원들과 달리 나와 가족들이 각종 감염균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우리를 '세균 덩어리'라고 부를 정도다. 그런데도 월 급여는 138만원(세후) 정도다. 병원에서 하청업체에 주는 1인당 204만원의 도급비도 너무 적고 하청업체를 거치며 더 깎인다. 환자이송은 중요한 업무이므로 병원에서 직접 고용해야 한다.
"10월 새 하청업체와 계약… 해고당할까 불안"김치훈(45)씨∙인천국제공항 도로 관리 노동자
2008년부터 인천공항의 도로 등 토목시설을 유지 보수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와 맺은 5년 계약이 다음달 말 끝난다. 하청업체 정규직 6명과 나 같은 계약직 직원이 65명이 같이 일해왔는데, 다음달 말 새로 오는 하청업체는 자신들의 정규직원을 22명 정도를 투입한다고 한다. 결국 계약직 직원 10여명은 해고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나와 동료들 대부분은 요즘 밤에 잠도 못 잘 만큼 불안하다. 계속 일하게 돼도 임금이 깎인다. 하청업체 정규직이 늘어나면 공항공사에서 받는 도급금액 중 정규직 임금 비율이 커져 계약직에게 돌아오는 몫이 작아지는데다 새 업체에 신입직원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항공사가 우리를 계약직으로라도 직접 고용해야 고용불안과 임금하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같은 일 하고 임금·복지는 차별… 개선해 주세요"김경민(35)씨∙기아차 화성공장 조립라인 노동자
기아차 조립라인에서 부품정리 작업을 한다. 정규직과 같은 공장에서 일하지만 임금은 60% 정도다. 자녀 학자금, 본인 및 가족 의료비 지원 등 정규직만 받는 복지 혜택까지 합하면 우리 임금은 절반도 안 된다. 쉬는 시간에 정규직은 작업장마다 있는 넓은 휴게실에서 쉬지만 우리는 멀리 있는 좁고 노후한 휴게실로 간다. 사람에게 계급을 매기는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정도면 월급 많이 받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차별을 받는다면 개선하는 게 맞다. 영세업체 노동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해하지만 현대ㆍ기아차 같은 대기업에서 먼저 이런 문제가 해소돼야 할 것이다.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났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서 어떻게 꿈과 희망, 법치와 정의를 말할 수 있을까.
"중간에서 착취하는 알선업자 반드시 없어져야"박재진(38)씨∙고속도로 공사 덤프트럭 기사
강원 속초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척~속초 간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15톤 덤프트럭 기사로 1년6개월간 일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시공사로부터 도급을 받은 건설업체가 사업을 재하도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하청업체는 한 건설업자에게 재하청을 줬다. 결국 덤프트럭 기사 등 건설노동자들은 이 재하청 건설업자 밑에서 계약서조차 쓰지 않은 채 일해야 했고, 임금(기성금)의 10~20%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였다. 8개월 간 임금이 체불되기도 했는데, 재하청 건설업자는 돈을 못 받았다고 하고 하청업체는 돈을 줬다며 책임을 미뤘다. 아직도 많은 동료들이 임금을 다 받지 못했다. 몇몇 노동자가 문제제기를 하자 업자는 지난달부터 갑자기 우리에게 일감을 주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중간알선업자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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