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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9월 13일] 거짓말과 친일이 보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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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9월 13일] 거짓말과 친일이 보수인가

입력
2013.09.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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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가면 자칭 보수라는 분들이 수치를 제멋대로 창작하면서 좌파니 종북이니 위험하다고 비판한다. 도대체 어디에 그런 자료가 있냐고 물으면 자기는 아는 자료라고 대답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한국에서 근대화가 시작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개인소득이 올랐고 주거와 보건이 향상됐다, 산업국가로 나아갈 토대가 생겼다,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일제가 얼마나 많은 자산을 수탈해갔는가, 얼마나 많은 양민을 끌고 가고 죽였는가도 밝혀야 한다. 식민체계에 길들이기 위한 교육과 공안체계도 밝혀야 한다. 그래야 개인에게 풍요가 확대돼 보이나 철저한 수탈의 기반에서 이뤄졌다는 식민지의 참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상식을 벗어난 주장을 한다. 의병을 '소탕'하고 '토벌'했다고 쓰고 자생적 근대화의 토대가 될 뻔했던, 동아시아 전체에 자주적인 저항운동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미친 동학농민혁명을 '전통적 질서를 복구'하려는 '민란'이라고 쓴다. 일제의 강제동원 수치는 일본 공식통계보다도 적고 관동대지진에서 일어난 한국인 학살도 쓰지 않았다. 이런 역사교과서라면 보수교과서가 아니라 친일교과서이다.

이 교학사판 '친일교과서'를 쓴 3인의 공동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11일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좌파 진영이 교육계와 언론계에 70% 예술계에 80% 출판계에 90% 학계에 60%를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한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온 수치인가. 시속어로 '뻥'이고 정확하게 말해 거짓말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경향신문이 언제 일이냐 물으니 2006년쯤 나온 말이라고 답변했다. 공식기록에는 없다는 게 노무현재단의 설명이다. 저 정도 발언이면 보수진영이 난리를 쳤을 텐데 기사검색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 교수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연도까지 창작하면서 거짓말하는 버릇이 몸에 밴 것은 아닌가.

이 날 강연을 유치한 사람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다. 작년 대선 투표일 닷새 전인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2007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줄줄 읽었다. 당시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누구한테 얻은 국가기밀인가? 국회가 국정조사를 벌이자 그는 싱가폴 몽골 중국을 다니다가 국정조사가 끝나자 귀국했다. 진실을 밝히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는 '새누리당 근현대 역사교실'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부른다.

가장 심각한 거짓말은 작년부터 국정원과 경찰에 의해 이뤄졌고 새누리당의 비호 아래 계속되고 있다. 한국일보가 11, 1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작년 12월 11일 김하영 직원의 노출로 공개될 상황에 처하자 차문희 당시 국정원 2차장, 박원동 국익정보국장이 서울경찰청 김용판 전 청장, 권영세 당시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 그 결과 국정원은 댓글을 지우고 서울경찰청은 축소은폐수사로 갈피를 잡았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국정조사에서 국정원과 서울경찰청 사람들은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거짓말을 했다. 12일에는 국정원 직원들과 국정원에서 9,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는 민간인이 극우집단 일베가 입주한 건물에 드나들며 댓글을 달았다는 증거를 민주당 의원들이 제시했다. 이들이 '좌파'를 공격하려고 단 댓글은 어린이 성폭행까지 언급해서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이다. 이들 역시 보수를 자처한다.

보수는 기존의 체계를 지키려는 이들이다. 도덕적으로는 완고할 정도로 원칙을 지켜야 보수이다. 그런데 왜 2013년의 한국에서는 거짓말과 친일과 혐오스런 행위가 보수가 되었는가. 이유는 명백하다. 2013년 한국의 정부가 이런 짝퉁 보수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란 신뢰가 기반인 체계이다. 언제까지 거짓을 옹호하며 국가가 유지될 수 있을까. 진짜 보수가 지키는 진짜 자유민주국가를 원한다면 거짓말과 친일과 혐오부터 끊어야 한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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