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주춤했다.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고개를 숙였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10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경기 초반 집중타를 얻어 맞으면서 6패째(13승)를 당했다.
타선까지 침묵한 다저스의 1-4 패배. 류현진은 시즌 20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달성했지만 웃을 수 없었던 하루였다. 최근 4경기에서 3패다.
국내에서의 모습 그대로, 휴식은 독
류현진은 이날 허리 통증 탓에 한 차례 로테이션을 거르고 12일 만에 등판했다. 경기 후 "몸 상태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아프지 않다"고 밝힐 만큼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공을 뿌렸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1회에만 2실점, 2회에는 2루타 두 방으로 1실점하는 등 다소 많은 10안타를 내주며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긴 휴식이 독으로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정한 리듬이 깨지면서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준기 한화 전력분석원 차장은 "(류)현진이는 국내에서도 날짜에 큰 영향을 받았다. 보통 5일 휴식 후 6일 만에 등판했는데, 7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거나 더 많이 쉬면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며 "일각에서는 긴 휴식 뒤 더 빠르고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고 생각하지만 현진이는 예외였다"고 말했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총 190차례 등판에서 선발로 단 2이닝만 던진 게 두 차례 있었다. 2011년 6월10일 부산 롯데전(7안타 5실점)과 2012년 7월18일 대전 삼성전(9안타 8실점)에서 개인 통산 최소 이닝을 기록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공교롭게 당시에도 긴 휴식이 독으로 작용했다. 롯데전은 9일 만에, 삼성전은 10일 만에 등판해 최악의 투구 내용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 만의 독특한 습성은 변하지 않은 셈이다.
높았던 체인지업, 천적에 울었다
류현진은 이날 총 88개(스트라이크 58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48개), 슬라이더(15개), 체인지업(20개), 커브(5개) 등 평소 볼 배합과 큰 차이는 없었다. 직구 최소 시속도 95마일(약 153㎞)이 찍힐 만큼 투구 밸런스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제구가 문제였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공이 몰렸고,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평소 보다 높게 형성됐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대체적으로 공이 높았다. 체인지업도 공 한, 두 개 정도 높게 들어갔다"며 "애리조나는 샌프란시스코(류현진이 고전하는 또 다른 팀)와 마찬가지로 장타력이 좋은 팀이 아니다. 대신 짧게 맞히는 타자들이 많은데 역시나 제구력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회 첫 타자 A.J 폴락에게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밋밋한 커브를 던지다 중전 안타를 맞았다. 2번 윌리 블롬키스트, 3번 폴 골드슈미트에게는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각각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뿌렸다가 좌전 안타,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유리한 볼카운트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잇달아 안타를 내줬다. 상대가 7명의 오른손 타자를 기용할 만큼 철저히 전력 분석을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낮은 제구력, 볼 배합이 아쉬웠다.
미국 언론 "신인왕 후보 모습 잃었다"
류현진은 이날 몇 가지 소득을 얻었다. 6이닝을 추가해 올 시즌 173이닝을 기록, 옵션 계약에 따라 170이닝을 돌파하면서 보너스 25만 달러(약 2억7,000만원)를 받게 됐다. 류현진은 앞으로 10이닝이 늘 때마다 25만 달러를 더 벌어 200이닝을 넘어서면 최대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3개의 병살타를 추가하며 이 부문 내셔널리그 2위(26개)로 올라섰다.
하지만 잃은 게 더 많았다. 내년 시즌을 포함해 앞으로 더 자주 상대해야 할 애리조나와의 천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했다. 올 시즌 애리조나전 평균자책점은 무려 5.48. 총 4경기에서 34안타를 얻어 맞고 피안타율은 4할1푼에 이른다. 여기에 유독 약한 3번 골드슈미트와의 맞대결 성적은 10타수 6안타로 더 나빠졌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1안타를 맞았던 6월13일 애리조나전과 이날 경기는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경기 후 "류현진이 최근 4번의 선발 등판에서 3패를 기록했다"며 "앞서 넉달 반 동안 보여줬던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서의 면모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LA 타임즈는 6이닝을 3실점으로 막은 것은 긍정적이나 공이 예리하지 못했고 안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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