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지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강남구에서 급히 택시를 잡은 손모(30)씨는 택시에 타자마자 진동하는 담배냄새에 코를 움켜쥐어야 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손씨는 에어컨 바람도 포기하고 창문을 열어 놓고 목적지까지 갔다. 불쾌한 마음에 신고를 할까 생각했던 손씨. 그러나 택시기사가 흡연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 것도 아니라 기분만 상한 채 택시에 내려야 했다.
서울시가 이번 달 택시요금 인상안을 발표함과 동시에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서비스 개선 향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택시 내 담배 냄새로 얼굴을 찌푸리는 시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내 흡연으로 불편사항 신고처리 접수는 2010년 149건, 2011년 113건, 2012년 115건으로 매년 100여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총 63건의 불편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신고처리 접수란 택시 내에서 흡연했다는 증거가 충분해 제재조치가 내려진 경우를 말하기 때문에 담배 냄새로 불편을 겪는 사례는 훨씬 더 많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26조에는 승객이 타고 있을 때 택시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사업체에는 과징금 120만원, 해당 택시기사에게는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법 해석 그대로 '택시에 승객이 없을 때'담배를 피우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택시 업계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택시기사가 직접 흡연을 했거나, 차 밖에서 흡연한 후 냄새가 남아 승객이 불편을 느끼는 경우도 있겠지만 승객들의 흡연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기사들도 금연을 해야겠지만, 기사들도 밤 중에 술에 취해 막무가내로 담배를 피우는 승객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담배 냄새에 대한 승객과 택시 종사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서울시는 택시요금 인상안 발표와 함께 지난 7월 택시업계에 택시 내 청결을 위한 사업개선명령을 내렸다. 시 관계자는 "사업개선명령에는 승객들이 흡연을 할 경우에는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수 있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며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택시 안'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금연공간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중교통수단 내 금연은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4항에 14호'에 의해 규정돼 있지만, '16인승 이상의 교통수단'에 한하는 것으로 돼 있다. 택시는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8월 여객자동차 내부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택시도 정류장, 고속버스처럼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야 근본적인 택시 서비스 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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