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달 31일 오후5시30분쯤 경북 안동역 광장. 40여명의 남녀노소 단체 관광객이 기차에서 쏟아져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이들은 코레일이 판매하는 패스형 철도 여행상품 '내일로' 이용객들로, 두루협동조합을 통해 '안동 나이트투어'라는 여행상품을 선택했다.
이들 여행객들은 두루협동조합 사무실이 있는 안동시 운흥동 안동역 근처에서 안동찜닭과 간고등어 등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협동조합 전용버스를 타고 안동역을 출발, 진성이씨 대종택인 두루종택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고택음악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택의 정취에 젖어 음악을 감상한 뒤에는 안동 낙동강변의 음악분수를 구경하고, 국내 최장 목책교인 안동댐 월영교를 거니는 호사를 누렸다. 이날 이들의 잠자리는 퇴계학당과 고타야게스트하우스가 맡았다. 고타야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숙박업소처럼 방 단위가 아닌 침대 수 단위로 숙박을 제공하는 맞춤형 숙소로, 여행자들은 1인당 1만5,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단꿈을 꿨다.
올 4월 문을 연 두루협동조합이 경북 북부권 문화관광사업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협동조합은 8ㆍ15 광복절행사 등 광복회가 주관하던 행사를 유치하고 올 여름 9회나 안동 나이트투어를 진행하는 등 유망 협동조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나이트투어 프로그램에 관여한 버스기사와 고택음악회 연주자, 숙소 주인, 간고등어식당 주인 등이 모두 두루협동조합의 조합원이다. 135명의 조합원들이 '상부상조' 정신을 바탕으로 관광상품을 기획, 공동 진행하면서 안동지역 숙박업 경기와 안동역 기차표 발권수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두루협동조합 김수형(39) 이사장은 "지역에서 단독으로 문화사업을 펼칠 때는 어디 이름조차 올리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두루협동조합을 주관단체로 당당하게 내세우고 있다"며 "학생 대상의 체험학습과 도심재생 프로젝트 등 조합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조합은 의사결정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구성원들의 소속감이나 열정은 일반 회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조합원들의 역량을 모아 앞으로 거리 스토리텔링과 특산품 판매 등 도심재생에 기여하는 조합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합은 현재 문화탐방 사업을 중심으로 교육, 도심재생, 로컬푸드, 보육, 문화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2년여 정도면 기반을 잡고 조합원에 배당금을 지급할 만큼 성장한다는 각오다.
한편 지난해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경북에도 조합설립 붐이 일고 있다. 경북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48개 조합이 새로 설립됐고, 20여곳이 설립승인을 앞두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 컨설팅기관도 등장했다. 안동소상공인지원센터장을 지낸 김시완(55)씨는 지난 7월 '마중물컨설팅협동조합'을 창립, 대구ㆍ경북 지역 시도민들의 조합 설립과 운영, 협업사업, 창업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의회도 협동조합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경북도 관계자는 "앞으로 시도 조례가 제정되고 다양한 육성책이 나오면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기업과 단체, 주민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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