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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장 "사건 조작" 증언을… 아직 끝나지 않은 허원근 사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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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장 "사건 조작" 증언을… 아직 끝나지 않은 허원근 사건 논란

입력
2013.09.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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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근 일병 자살) 당일 오전 7시쯤 출근해 의자에 앉자마자 1대대장으로부터 (사망) 보고를 받았습니다. 중대장 전령(당시 허 일병의 보직)이 자살한 것은 군 생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똑똑히 기억합니다."

1984년 강원 화천군 육군7사단 3연대 연대장이었던 김현태(74)씨가 2010년 2월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말해 허 일병 "타살" 판결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 증언이다.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판에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증언을 배척해 지난달 22일 1심 판결을 뒤엎었다. 허 일병의 유족이 지난 9일 대법원에 상고함으로써 1ㆍ2심 재판부의 엇갈린 판단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나게 됐다.

허 일병 사건은 M16소총으로 양쪽 가슴과 머리까지 3발의 총격으로 사망한 점, 현장에 피가 거의 없었던 점 때문에 자살이라는 군의 발표를 두고 조작ㆍ은폐 의혹이 계속돼 왔다. 군 당국의 최초 조사 결과는 허 일병이 사건 당일 오전 10시 50분에 자살한 것으로 돼 있어 오전 7시 보고를 받았다는 김씨의 진술은 타살 후 은폐를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2심 판결문에는 연대장의 진술에 대해 "사건 이후 18년 후에야 의문사위에서 진술한 것으로 실제 사건을 경험한 중대원보다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돼 있다. 2심 재판부는 11일 "김씨가 다음날 아침에 헌병대 사건 조사를 보고받은 것을 날짜를 착각한 것으로 판단(해 증언을 배척)했다"며 "사고 당일 오전에 허 일병이 밥 먹고 있는 것을 봤다는 중대원들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반면 "만약 망인이 살해되었다고 할 경우에는 중대원들은 그 은폐ㆍ조작에 직ㆍ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며 오히려 중대원들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는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허 일병 사건을 보고 받은 시간을 "아침이야! 일과개시 전이야!"라고 일관되게 진술했고, 김씨가 사건 발생 직후 타 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면서 군의 사건 은폐ㆍ조작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점, '상부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는 강직한 군인'이라는 주변의 평을 받았던 점도 진술의 신빙성을 높였다.

유족측은 끝내 아쉽다는 반응이다. 유족측은 "1심에서 연대장 김씨의 생생한 증언 등을 기점으로 재판정의 분위기가 타살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며 "그러나 2심은 증인을 부르지 않고 서류로만 확인해서인지 조작됐다는 증언이 배척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허 일병 사건은 법의학자의 의견서조차 타살ㆍ자살 의견이 엇갈리는 등 상고심 재판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2002년 의문사위는 중대원 중 한명인 전모씨가 "밤에 술판이 벌어져 술에 취한 하사관이 끓인 라면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허 일병을 쏴서 죽였다. 중대원들이 동원돼 시신이 옮겨지고, 내무반은 물청소로 피를 없앴다"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타살로 결론 냈고, 허 일병을 죽인 것으로 지목된 A씨도 "술 취해서 난동을 부린 것은 맞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전씨는 의문사위에서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법정에서 진술 능력이 배제됐으며, A씨 진술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소란을 피운 것 정도만 인정되고 그 이상은 진술이 엇갈려 인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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