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11일 도출한 합의내용은 과거 남북 경협 합의문과 비교해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향후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으로 이어지는 남북관계의 훈풍 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를 목표로 북측과 체결한 남북 합의서(5개항)의 세부 항목들을 대부분 관철시켰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공단 재가동 시점은 물론, 피해보상, 제도개선, 국제화 등 입주기업들이 반길 만한 합의들이 발표문에 명시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자출입체계(RFID)를 도입, 통행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는 점이다. 현재는 입경 3일 전에 통행 시간을 신청하고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공단 출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동 차량에 전자칩을 부착하는 RFID가 시행되면 번거로운 절차 없이 '일일단위 상시 통행'이 가능해진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첨단 출입시스템 도입은 2007년 이후 3통 개선과 관련한 남북의 해묵은 숙제였다"며 "일일단위 통행이 이뤄지면 공단 출입에 드는 시간과 돈을 절약하게 돼 기업 생산성도 덩달아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개월 넘는 가동 중단으로 입주기업들이 입은 손실을 미흡하게나마 보전해 주는 방안이 마련된 점, 투자설명회를 열어 개성공단이 국제적 생산기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첫 발을 내딛게 된 점 등도 소득으로 꼽힌다.
물론 해결 과제는 남아 있다. 가령 공단 국제경쟁력 분야의 경우 그 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자유무역협정(FTA) 체제 하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국산으로 보느냐 아니면 외국산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산 제품의 성격에 따라 과세 규모가 달라져 해외투자 유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또 이번 2차 회의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출입ㆍ체류 분야는 입주기업들의 신변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부속합의서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풍향을 가늠할 첫 시험대를 무난하게 통과한 만큼 당분간 남북의 대화ㆍ협력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양측이 2차 회의에서 무려 20시간이 넘는 마라톤협상을 이어가며 '일괄 타결'을 도모한 것도 남북관계에서 차지하는 개성공단의 비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동발표문이 채택된 지 2시간 만에 재가동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거는 북측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남북의 눈은 내달 개최(잠정) 예정인 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향해 있다. 북한 입장에선 지난 10년 간 개성공단과 함께 양대 달러 창구 역할을 해온 금강산관광마저 복원한다면 막대한 금전적 이득과 더불어 북미대화, 북핵 6자회담 등 북한이 간절히 바라는 대외관계 회복에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도 금강산관광이 '낮은 수준의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 지속'을 핵심 과제로 천명한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또 하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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