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막판, 삼성의 전력은 불안하다. 갑작스런 부상으로 투타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이던 채태인이 없다. 안방 마님 진갑용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리그에서 가장 강한 7번 조동찬 역시 타순에서 빠진 지 오래다.
마운드는 더 심각하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효과를 전혀 못보고 있다. 밴덴헐크는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 만으로 일관하다 난타 당하기 일쑤다. 새롭게 가세한 카리대는 또 아프다고 한다. 지금의 몸 상태라면 포스트시즌에서 쓸 수 있을지도 미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기로 비유하면 차, 포, 그리고 마까지 없다"는 류중일 감독의 속만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겐 저력이 있다. 이겨야 하는 경기를 기필코 잡아내며 선두 LG를 바짝 추격했다. 다시 1위 되찾기에 시동을 걸었다.
삼성은 11일 목동 넥센전에서 7-1로 승리했다. 선발 윤성환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3번 최형우가 1회 결승 2점 홈런을 날렸다. 이로써 시즌 63승2무45패를 기록, 이날 경기가 우천 취소된 LG(65승46패)를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전날까지 삼성은 9월 5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두산-KIA를 연달아 만나 3연패를 당했고, 7,8일 LG와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힘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상대 팀도 더 이상 '디펜딩 챔피언'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가 중요했던 이유다. 약해졌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분위기 전환용 1승이 필요했다. 아울러 넥센은 4강 싸움을 같이 하고 있는 존재다. 전날까지 양 팀의 승차가 고작 2경기. 만약 덜미라도 잡히면 2위 자리까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내심 1위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4위에게 쫓기는 샌드위치 상황까지 걱정해야 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영웅은 존재했다. 투타 중심축인 윤성환, 최형우가 동반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윤성환은 지난달 23일 대구 두산전부터 3연패에 허덕이는 중이었다. 10승을 눈앞에 두고 아홉 수에 걸려 마음 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신중한 투구를 앞세워 6이닝을 단 1실점으로 막았다. 2회 2사 만루, 3회 무사 2루, 4회 2사 1ㆍ2루, 6회 2사 만루 등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상대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총 109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 최고 시속은 144㎞, 삼진은 4개였다. 시즌 성적은 10승8패. 두 자릿수 승수는 2년 만이다.
최형우는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최근 5경기 타율이 5할7푼9리인 이유를 스스로 증명했다.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선발 문성현의 슬라이더(시속 127㎞)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120m)을 넘겼다. 시즌 25호 홈런. 이 부문 선두 박병호(넥센ㆍ27개)를 2개 차이로 추격했다. 나머지 네 타석에서는 범타에 그쳤지만 홈런 한 방으로 제 몫은 다 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윤성환이 여러 차례 위기를 맞고도 잘 버티면서 이길 수 있던 경기였다. 최형우, 김태완, 정형식의 홈런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왔다"고 소감을 말했다.
롯데는 창원 NC전에서 선발 송승준의 호투를 앞세워 2-0으로 이겼다. 3연패 사슬을 끊은 롯데는 시즌 성적 54승3무52패로 4위 넥센(61승2무49패)과의 승차를 4경기로 줄이고 실낱 같은 희망을 살렸다. 또 지역 라이벌 NC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 7승2무6패로 우위를 점했다.
군산에서는 KIA가 1-1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에서 3번 신종길이 개인 통산 첫 끝내기 안타를 쳐 SK에 2-1,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마무리 윤석민은 9회초에 아웃카운트 1개 만을 잡고 행운의 구원승으로 시즌 3승째를 장식했다.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LG-두산전은 우천으로 취소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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