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8일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11일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라는 다자외교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고, 베트남 국빈방문에서는 교역확대와 대형 국책사업 협력이라는 세일즈 성과를 거둔 것처럼 국내 정치에서도 시원한 돌파구를 마련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여의도 정가의 바람도 다르지 않다. 민주당은 물론 새누리당 중진들조차 박 대통령이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만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등으로 꼬여있는 정국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를 권하고 있다. "최고 권력자가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이재오), "정치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마음이 아팠다. 청와대도 설득하자"(정몽준),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하자는 것이 크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이인제)는 중진들의 고언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파행 정국의 장기화는 박 대통령에도 부담이다. 정기국회가 개회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의사일정을 잡지 못해 결산 심의가 시작조차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국정감사나 민생법안 처리 등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 국정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그 동안 '만나기 위한 만남'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만나 해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국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우려다. 사전에 막후 협상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출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풀기 어려운 난제로 보이지만, 민주당의 3대 요구 중 국정원 개혁은 자체 개혁을 보고 미진한 부분은 국회에서 보완하기로 하면 된다. 사과 부분은 박 대통령이 "국가기관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정도의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책임자 처벌은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키로 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해임은 민주당이 전제조건으로 요구하지 않고 추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의 진상이 파악된 이후 다시 논의키로 하면 될 일이다. 서로 조금 양보해 조율한다면, 순방 성과를 설명하는 5자회담이든,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양자회담이든 순서나 형식은 문제가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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