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28명을 포함, 모두 47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의 초등학교 앞 폭발 사건은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다 거절당한 농민공이 저지른 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 9일 중국 광시(廣西) 장(壯)족 자치구 구이린(桂林)시 바리제(八里街)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 한 남성이 삼륜 오토바이를 몰고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 장면이 감시 카메라에 찍혔다고 11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오토바이에서 불꽃이 일어난 뒤 폭발이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며 "30대인 이 남성은 최근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다 거절당한 뒤 학교 측과 다퉜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당시 폭발은 학생들이 등교하는 오전 7시10분에 맞춰 학교 정문 앞에서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11일 현재 2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숨졌다.
신경보(新京報)는 이 학교는 수용 인원이 제한돼 많은 농민공 자녀가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바리제초등학교는 해당 지역 호구가 있는 학생뿐 아니라 농민공 자녀도 입학할 수 있는 전국유동인구자녀시범가장학교였다.
일을 찾아 도시를 떠도는 중국의 농민공은 2억5,000만명을 넘지만 이들은 도시 호구(戶口ㆍ호적)가 없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화전국여성연합회가 5월 발표한 '시골에 남겨진(류서우ㆍ留守) 아동과 도시를 떠도는(류둥ㆍ流動) 아동의 실태 보고' 자료에 따르면 부모 모두 또는 부모 중 한 명이 도시로 일 하러 나가 농촌에 남겨진 류서우 아동은 6,102만여명(2010년 기준), 부모와 살지만 도시 호구가 없어 학교에 갈 수 없는 류둥 아동도 3,581만여명이나 된다. 이러한 차별에 농민공의 불만은 묻지마 범죄와 집단 행동으로 이어진다. 7월 베이징(北京)시 서우두(首都)공항에서 발생한 사제 폭발물 폭파 사건은 농민공 출신 장애인이 저질렀으며 5월 베이징시 펑타이(豊台)구에서는 안후이(安徽)성 출신 여성 농민공의 의문사에 농민공 수천명이 가두 시위를 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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