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1일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경색된 중일관계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국유화 1년을 맞은 11일 "센카쿠에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중국은 일본의 센카쿠 실효지배 근거를 무너뜨리기 위해 연일 센카쿠 인근 해역에 항공기와 선박을 출동시켜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11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센카쿠 국유화 이후 중국 선박이 일본 영해로 진입한 날은 63일에 달했다. 중국 항공기의 출몰로 일본 공군자위대 소속 항공기가 긴급발진(스크램블)한 횟수는 306건으로 이전 같은 기간 대비 2배나 늘었다.
중국은 8일 전투기가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로 빠져나가는 훈련을 한데 이어, 11일까지 무인기, 선박 등을 일본 영해 혹은 접속 수역에 접근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일본 방위성도 중국의 자극에 대비, 나하에 항공자위대 경보기 E2C 비행경계감시대 기지를 설치하고 센카쿠 섬 방어를 위한 수륙양용차량을 운용하는 부대 신설을 준비 중이다.
양국간 긴장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1~8월 무역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지만 대일 무역 총액은 8.5% 감소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는 12.5%, 미국과는 6.5%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 자동차 회사는 중국내 반일 감정이 고조되면서 차량 판매량이 센카쿠 국유화 이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차이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일본기업의 동남아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1~7월 ASEAN국가에 113억달러(12조3,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중국에 투자한 금액의 2배다. 자동차, 정보기술(IT),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가 중국에서 동남아로 투자처를 이전하면서 중국의 경제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국을 화해시킬 정치적인 움직임은 요원하다. 센카쿠 국유화 이후 새로 정권을 잡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금껏 제대로 된 정상회담 한번 열지 못하고 있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장관과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과학기술담당장관 등 일본 각료 2명이 11일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지만, 중국 각료들과의 회담조차 예정돼있지 않다.
이런 가운데 센카쿠 국유화의 원인을 제공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공동대표는 11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센카쿠에 영세한 어민을 위한 어선대피소와 등대를 만들어 중국의 반응을 떠보면 어떠냐"고 제안, 또 다시 중국을 자극했다. 그는 지난해 도쿄도지사 시절 도쿄도가 센카쿠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가 조용한 관리를 명목으로 센카쿠 국유화를 단행했다.
이시하라 대표는 "그들(중국)이 폭동을 일으키며 일본을 비난한 것은 (정부의) 국유화로 국가 대 국가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도쿄도가 센카쿠를 매입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고 주장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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