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무실의) 문과 귀, 가슴은 동료 여러분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있다."
제9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으로 선출된 토마스 바흐(60ㆍ독일)의 제 일성이다.
바흐는 11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IOC총회에서 총 투표자 93명중 49표를 얻어 이날 퇴임하는 자크 로게(71ㆍ벨기에)의 뒤를 이어 IOC의 새 수장에 올랐다. 바흐는 짧게는 2021년까지, 길게는 2025년까지 '세계 스포츠대통령' IOC위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바흐는 누구
서독 펜싱 국가대표 출신인 바흐는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법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변호사다. IOC에는 1991년 38세의 나이로 발을 들여놓았다. 1996~2000년까지 집행위원회에서 경험을 쌓은 바흐는 이후 부위원장(2000∼2004년, 2006∼2013년)으로서 로게 위원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 그는 로게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국제 경기연맹은 물론 IOC 스폰서 기업들에도 상당한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6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전에서 바흐의 압승은 예견됐었다. 유일한 걸림돌은 유럽 국가 내 '반독(反獨)정서'였다. 하지만 바흐는 특유의 낮은 몸가짐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바흐는 1차투표에서 43표를 얻어 과반을 얻지 못했으나 2차투표에서 93명중 절반이 넘는 49표를 획득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푸에르토리코 IOC위원 리처드 캐리언(61)이 29표로 2위였다.
한국과의 인연은 2018 동계올림픽 유치전때 맺었다. 바흐는 당시 뮌헨 유치위원장을 맡아 평창과 '라이벌'관계에 있었다. 평창유치위는 IOC내 바흐 인맥 공략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바흐는 특히 IOC 119년 역사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 출신 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서독 펜싱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듬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펜싱선수권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일궜다. 이번 IOC위원장으로 선출된 장소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변화보다는 안정
바흐는 로게의 '수석 후계자' 답게 로게의 정책을 뒤집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 속의 조화'(Unity in Diversity)를 모토로 내건 그는 "IOC는 아주 훌륭하고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다. 올림픽의 밝은 미래를 위해 조화를 이뤄 함께 연주하자"라며 자신의 반대편에 섰던 위원들을 감쌌다. 바흐의 첫 과제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그의 당선을 축하하는 전화 제1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푸틴은 바흐에게 소치올림픽의 성공개최를 약속했고, 바흐는 푸틴이 추진하는 '동성애 혐오법'을 소치올림픽 기간 중 선수단에 적용시키지 않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케냐 육상의 영웅 폴 터갓(44)을 포함해 IOC위원 9명이 새롭게 선출됐다. 터갓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1만m 은메달리스트다. 200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는 2시간4분55초로 사상 첫 2시간5분 벽을 깨기도 했다.
이로써 IOC 위원은 모두 112명으로 늘었다. 대륙별로는 유럽 49명, 아시아 23명, 미주 20명, 아프리카 15명, 오세아니아 5명 순이다. 스위스 국적이 5명으로 가장 많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이 각각 4명의 IOC위원을 두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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