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돈이 3,500억원에 달해 단일조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인터넷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도박사이트 이용자들 중엔 가정주부, 공인회계사 등이 포함돼 있었고, 5억원 이상 베팅한 상습도박자들도 7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트 운영자들이 챙긴 순수익만 245억원에 달한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일 일본에 서버를, 태국과 서울에 회원관리사무실을 두고 불법 인터넷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온 혐의(국민체육진흥법 등 위반) 등으로 총책인 강모(42)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운영자 조모(28)씨와 상습도박자 채모(38)씨 등 38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외국 사무실에서 회원관리를 한 6명 등 또 다른 공범 7명과 대포통장 제공자, 5,000만원 이상 베팅한 491명 등 모두 551명을 추가 입건할 방침이다. 사이트 이용자 중 일부는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도박을 했고, 결혼자금을 모두 날리거나 신용불량자,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강씨 등은 2011년 8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방송 광고 등을 통해 1만2,000여명의 회원을 모집한 뒤 총 3,5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장을 운영해 24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지난 4월 경기지방경찰청이 적발한 판돈 5,000억원대 도박사이트들은 5개 조직이었던 반면 이번에 적발된 사이트는 단일조직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고 고객의 '어장관리'를 위해 신규가입은 기존 회원 3명 이상의 추천을 받도록 했고, 사이트를 개설ㆍ폐쇄하기를 32차례나 반복했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는 1매 1,000원, 1회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지만 이 사이트에선 1회 한도가 150만원에 달해 신모(34)씨의 경우 1년 동안 2억여원을 잃는 등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반면 고배당이 터지면 배당금을 주지 않고 접속을 차단해버려 돈을 따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사이버수사대 김창균 경위는 "압수한 현금 8,000만원 외에 숨겨둔 범죄수익을 압수하고 태국 현지 조직원 6명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