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를 감수하는 병원들이 있다. 막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민간 병원의 공백을 채우는 곳, 바로 공공 병원이다. KBS 1TV가 12일 밤 10시에 방송하는 'KBS 파노라마'는 전국 200개의 공공병원 중 네 군데, 서울시 어린이병원, 서울의료원, 경기 포천병원 산부인과, 홍성의료원 응급센터의 하루를 관찰해 공공 의료의 역할을 돌아본다.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에는 산부인과가 들어서지 않고 있다. 경기 북부 지역과 인근 강원도 지역에서 분만이 가능한 곳은 포천병원뿐. 1988년부터 25년 동안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 약 1만 8,000여명의 신생아를 받아 온 의사 고영채씨는 몇 년 전부터 혼자서 외래 진료와 분만을 도맡아 하고 있다. 적자를 피할 수 없음에도 그가 산부인과 운영을 고집하는 건 이 곳이 아니면 분만을 위해 멀리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산모들 때문이다.
서울시 어린이병원에는 200여명의 중증질환 아이들이 입원해 있다. 전국에 어린이병원은 겨우 10곳. 그 중에서 공공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이 곳뿐이다.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어린이 환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병원이 아니면 200여명의 환아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서울의료원의 응급실에 한 중년 남성이 발작을 일으켜 실려 왔다. 검은 피부에 악취를 풍기는 이 남성은 노숙인이었다. 노숙인은 병원비를 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민간 병원에서는 꺼리는 환자다. 공공 병원은 노숙인들이 찾는 의료기관의 마지노선. 이 병원에선 노숙인들에게 응급 치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노숙인 전용 병동을 만들었다. 서울의료원 노숙인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재활을 꿈꾸는 노숙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