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의 매운 맛 정도를 단 5초 만에 측정하는 기계가 고추의 본고장 충북 괴산에 처음 등장했다.
괴산군은 문광면에 있는 괴산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 공장에 '고춧가루 매운맛 측정기'를 설치해 10일 시연회를 가졌다고 11일 밝혔다.
농촌진흥청이 5년여의 연구 끝에 개발한 이 기계는 고춧가루에 빛(가시광선ㆍ근적외선)을 비춰 일정 파장 영역에서의 빛 흡수 정도에 따라 캡사이신(고추의 매운맛 성분)함량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발명품이다.
매운 맛을 측정하는데 드는 시간은 5초 안팎. 측정오차는 ±100ppm이하로 정밀하다. 고가의 장비를 이용한 기존 방식에 비해 측정이 쉽고 비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측정기 설치는 고춧가루 가공공정에 간단하게 연결만 하면 된다.
지금까지 고춧가루의 매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석기관에 의뢰해야만 했다. 전문 기관에서는 1억원에 달하는 장비로 캡사이신 함량을 측정하는데, 매번 고가의 측정 기준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괴산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은 이 측정기를 활용, 고춧가루의 매운 맛을 체계적으로 등급화하고 품질이 균일한 고춧가루를 생산할 계획이다.
괴산군농업기술센터 윤홍규 소장은 "그 동안 일반 농가에서는 비용 등의 문제로 고추 품종으로만 매운 정도를 구분해 정확한 등급화가 어려웠다"며 "측정기를 보급해 괴산 청결고추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측정기 시연회에는 국립농업과학원, 충북농업기술원의 연구원들과 전국 농협고춧가루공장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해 현장 평가회도 가졌다. 농촌진흥청은 측정기에 대해 국내외 특허를 출원하고 농가보급을 확대키로 했다.
농촌진흥원 연구팀이 10일 괴산고추조합공동사업법인 공장에서 고춧가루 매운맛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계의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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