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서부권 개발의 동력으로 활용하려던 KTX역세권 개발사업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용지가 공터로 남을 조짐이고, 당초 계획대로라면 벌써 뼈대가 올라갔어야 할 핵심시설 건립은 순연되고 있다. 현재로선 뾰족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아 자칫 ‘애물단지’가 될지 우려된다.
2009년 8월부터 KTX울산역 주변 울주군 삼남면 신화ㆍ교동리 일원 88만6,373㎡를 개발중인 울산도시공사는 전체 부지 중 1단계 78만5,771㎡의 토목공사를 다음 달 준공한다고 11일 밝혔다.
그간 전체 공사비 5,091억여원 가운데 3,768억여원이 들어갔으며, 2단계 공사는 2016년 이주할 KCC언양공장 측과 협의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ㆍ하수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이 마무리 단계이고, 조경공사가 한창인 이 역세권에는 현재 건축물로는 기껏 모텔 하나가 올라가고 있을 뿐 1단계 부지 전체가 휑하다.
도시공사 측은 2011년 3월부터 2년 넘게 역세권 개발용지 총 39만9123㎡ 233필지에 대한 분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분양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마저도 단독택지 등이 대부분이고 상업용지 분양은 극히 부진하다.
핵심시설인 복합환승센터(3만7,904㎡), 복합용지 내 주상복합아파트, 복합쇼핑몰(2만7,900㎡) 부지는 분양이 전혀 안된 상태다.
복합환승센터의 경우 당초 2014년까지 짓기로 했다가 최근 2016년까지 가족형 복합시설로 계획을 바꿨으나 아직 사업자 유치설명회 한번 갖지 않아 또 미뤄질 공산이 크다.
공사 관계자는 “내년쯤 돼야 스케줄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대규모 상업용지가 팔리지 않는 등 예측이 빗나가고 있을까? 공사 측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대규모 용지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예기치 않은 부동산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인분석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고개를 저으면서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KTX울산역 탄생과정을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이게 원인이라는 것이다.
사실 KTX울산역은 1990년 애초 정부가 확정한 경부고속철도 기본노선에는 없던 역이다.
이후 1995년 3월 울산상의가 정부에 건의하면서 역 유치운동이 시작돼 2003년 11월 기존 선로에 울산역사를 추가하는 안을 확정한 게 울산역의 탄생배경이다.
당초 정부가 울산을 배제한 것은 동남권 환승역 격인 인근 신경주역과 거리가 너무 가까운데다 울산의 KTX 수요는 울산~경주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10여분 거리)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더디게 진행되던 동해남부선 전철화사업이 최근 탄력을 받으면서 KTX울산역의 상업적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울산 도심에서 승용차로 30분~1시간이나 걸리는 KTX울산역 대신 도심 태화강역에서 전철을 타고 3번째 정거장인 신경주역에서 KTX로 환승하는 시대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한 동해남부선 전철화는 현재 공정률이 30%대에 머물러 있지만 최근 전액 국비로 추진토록 법이 개정돼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의 경우 울산 미착공 구간(27.7㎞, 5~8공구)이 11월쯤 일제히 착공된다.
부산~울산~포항을 전철로 연결하는 교통체계 개선은 울산시민들로서는 반길 일이지만 KTX역을 지역개발 호재로 삼아온 울산시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변화다.
시가 “국비 받기가 어렵고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기 검토사업으로 분류했던 전시컨벤션을 최근 입장을 바꿔 역세권에 짓기로 한 것도 이런 위기의 반영이다.
시가 매입할 컨벤션 부지는 삼남면 교동리 38 일대 4만3,000㎡, 매입금액은 총 442억원으로 그나마 대형 용지분양으로 애를 먹고 있는 도시공사의 숨통을 틔어줄 전망이다.
현재 도시공사의 비유동부채(1년짜리 이상 공ㆍ사채)는 1,730억여원으로 올해도 100억원 가까운 돈을 이자로 내야 할 판이다.
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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