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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건강] 철원 마라톤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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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건강] 철원 마라톤을 다녀와서

입력
2013.09.11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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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철원 비무장지대(DMZ)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비무장지대 마라톤은 임진각, 양구, 철원 등지에서 열린다. 엄밀하게 말하면 비무장지대를 달리는 것은 아니고 비무장 지대 바로 전까지 다시 말해 남방한계선 근처까지 달리는 것이다.

외국에서 볼 때는 정말 특이한 마라톤 대회라고 느끼는 것 같다. 미국에 모 대학 교수로 있는 분이 이 대회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유는 바로 비무장지대를 가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무장지대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무덤덤하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정전 60주년 행사를 가진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비무장지대란 말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철원 비무장지대 마라톤대회는 멋진 대회 코스와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로 많은 마라토너들의 사랑을 받는 대회 중 하나다. 이번 대회는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대회로 10회째를 맞이했다. 재작년에 철원대회를 뛰어보고 코스가 힘들어서 작년에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후반기 첫 대회로 잡고 풀코스에 참석하였다.

오전 8시 30분이 되자 풀코스 출발 총성이 울리고 힘차게 출발선을 나아갔다. 10킬로쯤 지나자 민통선 통제구역을 통과해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철원평야의 너른 벌판을 보면서 달리니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체력은 점점 고갈되기 시작했다.

구름 많고 흐리던 날씨도 어느덧 해가 나면서 더워지기 시작했다. 평야지대에다가 큰 건물이 없다 보니 그늘이 전혀 없다. 이제부터는 더위와의 싸움이다. 땡볕을 달리다 보니 땀도 많이 흐르고 체력도 더욱 고갈되는 것 같다. 할 수 없이 속도를 줄이고 뛰어간다.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고독한 자기만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다리는 묵직해오고 숨은 거칠어지고 갈증이 극에 달한다. 급수대에서 목을 축이고 온몸에 물을 뿌려서 더위를 식히고 다시 뛰기를 반복하니 드디어 골인지점이 나온다.

오늘의 목표시간은 4시간인데, 다행히도 충분히 목표달성이 가능한 것 같다. 마지막 골인지점을 최선을 다해 통과하니 3시간 57분대의 기록이 나왔다.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4시간 정도로 뛰자고 다짐했던 것이 나름대로 힘들이지 않고 풀코스를 완주하게 된 것 같다. 기록욕심을 내서 처음부터 빨리 달렸다면 정말 힘든 완주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로서 39번째 마라톤 완주를 달성했다.

마라톤을 뛰면 신체가 건강해짐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진다. 4시간내내 무슨 생각을 하고 뛰겠는가.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족을 생각하기도 하고 후반부에 들어서는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같이 바쁜 시대에 누가 4시간씩이나 명상을 하면서 지낼 수 있겠는가. 마라톤의 또 다른 매력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신체와 정신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들도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들어 보길 바란다.

조대연 서울백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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