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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의 집착 때문인가, 홍기택의 고집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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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의 집착 때문인가, 홍기택의 고집 때문인가

입력
2013.09.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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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은 수천억원 사재 출연… 정상화 노력 충분해 경영권 유지시켜구조조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강덕수 회장 지분 모으느라 돈 없어 사재 출연 말하는 것 이해 못 해채권단 목표가 정상화냐 오너 퇴진이냐"

강덕수 회장의 퇴진으로 STX그룹 구조조정 작업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채권단이 9일 강 회장을 주력계열사인 STX조선해양 회장에서 물러나게 한 것과 관련, 재계에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약수(惡手)"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채권단은 "강 회장의 경영권 집착이 화를 자초한 것"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STX쪽에선 "홍기택 산업은행장의 고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형평성. 산업은행이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때와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에 대해선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해주고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부여해 재기의 기회를 준 반면, STX의 강 회장에는 경영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STX 관계자는 "채권단의 목표가 경영정상화가 목적인지 오너퇴진인지 모르겠다. 오너 당사자보다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는 가"라고 말했다. 더구나 다분히 선언적인 '백의종군'각서를 근거로 퇴진으로 몰고 간 건, 더욱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박 회장과 강 회장은 '케이스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산은 STX경영지원단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오너의 가시적인 노력과 기업 부실의 주된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과"라며 "구조조정은 획일적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우, 회생을 위해 계열을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박 회장이 거액의 사재를 출연하는 등 자기희생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것. 하지만 강 회장은 사재출연도 별로 없었고,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가 그의 경영판단미스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배제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이 정상화의 '적임자'가 아니라 '걸림돌'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STX측은 "강 회장은 재산을 모으는 즉시 회사지분을 사들여 개인 돈이랄 게 없었다. 채권단도 다 아는 상황인데 사재출연을 말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경영실패 책임 부분에 대해서도 "따지고 들어가면 오너 책임 아닌 게 어디 있나. 다른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기업들은 오너 과실이 아니고 STX만 오너 과실이란 말인가"라고 주장했다.

재계와 금융계에선 산업은행이 강 회장에 대해 강경자세를 갖게 된 데에는 홍 행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까지 만해도 산업은행은 다른 채권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새 정부 출범 후 홍기택 행장이 취임하면서 입장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강 회장이 유동성확보를 위해 내놓은 STX팬오션을 산업은행이 인수하려던 계획이 무산되고 법정관리로 이어지면서 양측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냉각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계 고위소식통은 "모두들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았고 정부도 그렇게 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홍 행장이 당국에 '추후 문제시 면책'을 요구하며 인수를 거부했고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홍 행장을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뢰 부족 문제도 제기한다. 한 관계자는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당시 민유성 산업은행장과 박삼구 회장은 수시로 만나 다투기도 하고 언성도 높였지만 결국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강 회장과 홍 행장간에는 만남조차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양측의 신뢰가 워낙 무너져 있어 강 회장의 경영권 여부를 떠나 경영정상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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