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3동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은 한쪽 벽이 책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특이하게도 맞은 편 벽에는 '지은이네' '신주꾸미용실' 등 집이나 가게 이름 아래 월별 전기 요금 그래프 수 십 개가 쭉 그려져 있다. 김소영 관장은 "이 벽이 곧 절전소"라며 "절전소는 공간 개념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절전을 실천하는 마을단위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성대골절전소는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같은 해 12월 탄생했다. '에너지 절약이 곧 생산'이라는 주민들 생각이 모여 이룬 결과물이다. 지금은 광범위하게 퍼진 '개개인이 절전소'라는 개념이 시작된 곳이 바로 성대골절전소다.
학교에서의 절전 교육, 가가호호 방문을 통한 점검과 전기요금고지서 분석 등을 통해 절전소는 점점 늘어났다. 지난해와 올해 상도3, 4동에서만 1,300여 가구가 참여했고, 서울 성북구 등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됐다.
지난해 말 표본조사결과 성대골절전소 참여 가구의 전기사용량은 평균 10~15% 절감됐다. 올해는 태양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한 햇빛발전소와 단열ㆍ창호공사를 맡을 마을기업도 주민들 힘으로 설립했다. 김 관장은 "절전은 돈 얼마를 떠나 미래 세대에 대한 사랑과 배려"라고 강조했다.
경기 군포시 당동은 '당동 청소년문화의 집'을 중심으로 청소년과 어른들이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지난해 1,900여명이 참여해 펼친 '문화로 마을을 팔로잉하라!'는 청소년이 새로운 마을 모델을 창조하는 활동이다.
청소년들은 테니스를 오래 친 아저씨,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할머니, 꽃을 잘 가꾸는 주부 등 '마을 고수'들을 인터뷰하고 동영상을 만들었다. 고교 1학년 이모(16)양은 "전 연령대가 다 함께 즐긴 10월 마을 잔치가 특히 재미있고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고무줄 놀이와 딱지치기 등 60~70년대 골목길을 주름잡던 놀이를 소재로 '감칠맛 나는 마을' 만들기가 진행 중이다. 김지수 당동 청소년문화의 집 관장은 "청소년 스스로 살맛 나는 마을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10대 여성을 위한 거리 상담 '달수다'를 진행한 서울 중랑구 초록상상(동북여성환경연대), '문화예술로 잇는 사람과 마을'의 은평시민회 등 '정(情)'이 증발한 도시에서 주민 간 소통과 독특한 발상으로 정체성을 쌓아가는 마을들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이런 마을들은 11, 12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서울 시민청에서 열리는 '제3회 시민교육 박람회'를 통해 한 자리에 모인다. 박람회에는 마을공동체 외에도 노동센터, 협동조합, 대학생단체 등이 참여해 우수 시민교육 사례를 선보인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선임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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