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검정 심의 통과로 촉발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야권과 진보 진영에선 5ㆍ16쿠데타, 10월 유신, 일제 강점기 서술 등을 두고 "편향적 사고를 유도하는 왜곡 교과서"라고 정면 비판하며 검증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새누리당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오히려 좌편향 교과서가 자랑스러운 역사를 못난 역사로 비하한다. 좌파와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며 진영 간 역사 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정치 덕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독재정권을) 미화하려는 의도적 서술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일반 책으로도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없는 틀리거나 왜곡된 서술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 중 한 명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인류를 향한 개방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좌편향 일색의 교과서 천국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다양성 인정 취지의 검정제도는 즉시 폐지되고 국정교과서로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시대를 가리지 않고 오류 너무 많아식민지·독재 미화한 엉터리 책일 뿐"'자유민주주의' 내세우지만이승만·박정희 덕이라 착각심지어 사료 조작까지 하다니…
교학사에서 만든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사실오류와 편파적 역사해석에 대해 연일 각종 언론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처음 이 교과서를 접했었을 때 느낌은 '당혹'이었다. 교과서 표지에 "이 교과서를 복사·복제하면 자료를 제공받은 기관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검정에 최종적으로 통과된 교과서 견본을 교육부가 국회에 보내면서 공개를 하지 못하게 하고, 민사상 책임을 거론한 것은 어이없는 '협박'이다. 그리고 교과서가 마침내 공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터넷으로만 공개하고 프린트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그마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볼 수도 없다. 책을 만든 교학사 홈페이지에는 다른 교과서는 다 공개하고 한국사 교과서만 비공개이다. 의도가 무엇일까?
이 의문은 교과서 내용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처음의 당혹감이 교과서 내용을 보는 순간 실소로 변했다. 수없이 많은 오류가 발견되고,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려는 의도적 서술이 안타까울 지경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과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와 사진을 여과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고 심지어 사료조작도 있다. 급기야 저자들은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교육부도 수정지시를 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기에 이르렀다. 어쩌다가 이런 교과서가 나오게 되었을까?
무엇보다 교과서를 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급하게 썼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한국사 전시기를 다루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한 번 시행해 보지도 못한 교육과정을 졸속으로 뜯어고치고,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교과서를 다시 써서 검정을 받게 만들었다. 이번에 교학사 교과서를 이들이 회장을 연이어 맡고 있는 '한국현대사학회'라는 단체가 그러한 졸속을 부추기고 교육과정에 어거지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우겨 넣었다. 각종 오류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된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의 사실오류는 시대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등장한다. 고대사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벅찰 정도이다.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을 중국 문명 확대의 파생물인 것처럼 서술하고, 만주에 있었던 부여를 한반도에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김약연을 김학연으로 쓰거나 또는 연도와 날짜를 잘 못 쓴 것은 애교에 불과하다.
3·1운동 직후 일본이 제2차조선교육령을 통해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필수과목으로 배우게 한 것처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2차교육령 이후 조선어 수업은 오히려 감소했다. 인터넷 자료를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다 보니 생긴 치명적 오류이다. 이밖에도 이 교과서는 식민지시기에 대한 미화가 극심하다. 친일파의 행적을 감추고 그들의 공적을 부각하려고 시도한다. 정부 기관은 물론이고 법원의 소송에서조차 친일행적이 확인된 김성수에 대해 일제말기에 마치 항일운동을 한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최남선에 대해서는 그의 잘못과 함께, 그의 공적을 생각해 보고 어떤 상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자고 한다. 안중근에 대해서는 한 줄밖에 언급하지 않고 사진 한 장 싣지 않았지만, 이승만에 대해서는 일제시기에만 5번의 사진을 싣고 40번 이상 언급한다.
이밖에도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술은 최소화하고 독재정치에 대해서는 북한의 위협과 경제성장이라는 명목으로 미화한다. 4·19의 의의는 경시되고, 장면정권의 경찰 개혁은 치안을 무력화시킨 무능으로 묘사되어 5·16의 배경으로 제시된다. 4·3사건의 내용은 왜곡되고 있고, 5·18에 대해서는 진상을 정확히 알 수가 없게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것을 이승만과 박정희의 독재정치 덕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뉴라이트를 자처하는 보수주의자들도 이 책의 역사인식을 자신들의 생각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교육적 역사인식을 가진 교과서가 아니라, 그저 식민지와 독재를 미화하고 있는 한권의 엉터리 책일 뿐이다.
● 권희영 한국학 중앙연구원 교수"좌편향 7종엔 왜 아무 말도 안 하나다양성 싫다면 국정교과서 체제로"내용도 보기 전 퇴출 주장하더니선동했던 표현 없자 침소봉대만진보진영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필자가 집필한 교학사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5월 제1차 검정을 통과하면서부터 진보성향의 학자와 언론, 정치권의 집요한 공격 대상이 되었다. 이들은 마치 신통력을 가진듯이 교과서 내용을 보기도 전에 5ㆍ16은 혁명, 5ㆍ18은 폭동,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등등의 표현이 들어있다며 이런 교과서는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교학사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협박하기까지 하였다.
지난달 30일 교학사 교과서가 최종 검정을 통과하였다. 교학사 교과서를 죽이기 위해 유언비어를 조작했던 소위 좌파 세력들은 그들이 주장하던 선전선동의 표현들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국의 급진적인 집단이 만약 부끄러움을 안다면 교학사와 교과서 저자에게 최소한 한 마디의 사과는 해야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요란하게 큰소리 치며 선전선동하던 그들은 지금까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사과 대신 새로운 왜곡과 흠집내기로 교학사를 공격하는데 총력전을 펼치는 듯 하다.
언론들은 지금의 상황을 '역사전쟁'이라는 용어로 지칭한다. 대한민국에 대하여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집단 사이의 싸움이니 그렇게 명명할만도 하다.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인류를 향한 개방성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여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보자는 집단이다. 기존의 좌편향 교과서를 지지하는 세력은 '민주화'와 '북한과의 평화'를 내세우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제외한 시기의 대한민국의 모든 역사를 어둡게 색칠하려는 집단이다.
역사전쟁이라는 것을 서로가 인정하고 있다면 우리는 본격적인 가치의 싸움을 해야만 한다고 판단한다.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급조된 '조선인민공화국'중 어느 쪽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했을까? 인민(민중)에게 주권이 있다면서 전체주의 국가가 된 북한과 국민주권을 내세운 대한민국 중 어느 쪽이 가치 있는 길을 걸어왔으며 성공하였을까? 대답은 명확하지 않은가?
6ㆍ25가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의 공모와 기획으로 이루어진 대한민국 공산화 전쟁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좌편향 교과서들은 전쟁 이전 남북간 소규모의 무장충돌을 교과서에 서술하여 북한의 전쟁책임을 희석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 기간 중 북한은 낙동강 방어선 안을 제외한 전역을 점령하여 학살과 인민재판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바로 이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은 공산주의의 정체를 잘 알게 되었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역사 교과서는 바로 이 같은 역사를 명확하게 서술하여야 한다. 사이비 '평화'를 앞세워 대한민국과 북한의 가치를 뒤섞어 모호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금 진보성향의 국사학자들과 언론은 이 역사전쟁을 더러운 싸움으로 만들고 있다. 7종의 좌편향 교과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도 않으면서 교학사 교과서 하나 만을 대상으로 하여 온갖 왜곡과 과장으로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 좌편향 7종 교과서들에 대해서는 마치 자구 하나라도 손댈 필요 없는 완벽한 '경전'인 것처럼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당당한 게임의 규칙을 거부하고 세력의 힘과 선전선동에 의하여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은 진보진영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역사전쟁에서 승리하여 그들의 기득권을 공고하게 지키고 청소년들을 의식화시켜서 좌파를 재생산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 아니라면, 더러운 싸움은 즉각 중지되어야 옳다고본다.
만일 교학사 교과서를 죽여서 좌편향 일색의 교과서 천국을 지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한국사 교과서 검정제도는 즉시 폐지되고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야만 한다. 그 방법만이 청소년들이 가지고 지켜야 할 대한민국적 가치를 오염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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