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듯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알아도 비슷한 것과 분명히 가려서 알기는 어려운 것이 숱하다. '출생의 비밀'이 TV 드라마에 수시로 등장하고, CSI를 비롯한 과학수사 드라마의 인기가 시들지 않은 결과 '유전자 검사'나 'DNA 검사'는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정작 DNA와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물어 올바른 대답을 얻어내기는 어렵다. '혼외 아들' 의혹과 관련해 채동욱 검찰총장이 언급한 "유전자 검사 용의"도 그렇다.
▲ 유전자와 DNA는 다르다. 인간 신체를 이루는 60조개 이상의 세포는 막과 세포질, 핵으로 이뤄져 있다. 핵에는 23쌍ㆍ46개의 염색체가 있고, 22쌍은 남녀 구분이 없는 상염색체, 나머지 한 쌍은 남녀가 XYㆍXX로 다른 성염색체다. 염색체는 DNA(디옥시리보핵산)와 히스톤이라는 단백질로 이뤄진다. DNA의 기본단위인 뉴클레오티드는 인산기와 당, 4개 염기 중 하나의 결합체이고, 3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가 새끼줄처럼 꼬여서 DNA를 이룬다.
▲ 뉴클레오티드는 염기 종류에 따른 네 가지가 고작이다. 그러나 그것이 배열된 순서, 즉 염기서열은 단백질 합성 매뉴얼이자 명령인 유전정보의 본질이다. 길다란 DNA 다발에서 80%는 무의미한 염기의 배열에 불과하고, 나머지 20%만이 유전정보가 담긴 '유전자(Gene)'인 것으로 여겨진다. 유전자는 DNA나 그 안의 어떤 물질이 아니라 특정 유전정보 자체, 또는 그런 정보를 나타내는 특정 염기서열이다. 약 2만 가지로 추정되고, 일부만이 확인됐다.
▲ 이 확인된 유전자를 대조해 이상 여부를 가리는 게 유전자 검사다. 안젤리나 졸리의 선제적 유방 절제수술의 근거가 됐듯, 유전성 질환 등의 진단에 많이 쓰인다. 한편 친자 확인이나 범죄 증거 확보는 DNA 조사, 보다 정확히는 'DNA지문' 조사를 거친다. 사람마다 다른 DNA 특정 부분을 대조해 거의 일치하면 범죄 증거가 된다. 친자 여부는 절반의 일치만으로 확정할 수 있다. 채 총장 의혹도 금세 가릴 수 있지만, 아이 엄마의 동의가 난관이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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