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은 바그너(1813~1883) 탄생 200주년 기념 공연 '파르지팔'을 10월 1, 3,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공연 계획 발표 직후부터 클래식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공연이다. 두 차례 휴식을 포함해 공연 시간이 5시간에 이르고 합창단 인원이 100명이 넘는 대작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이탈리아 작품 중심의 한국 오페라계에서 바그너 작품은 아직 낯설다. 음악계는 이번 공연을 다양성 확보의 방증이자 한국 오페라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밝힌 공연의 구체적인 윤곽을 통해 이번 무대의 의미를 짚어 봤다.
한국 오페라의 미래를 말하다
봄부터 이어진 크고 작은 바그너 특별 공연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 이번 '파르지팔'이다. 바그너는 여성 혐오주의, 반유대주의 성향을 보인 인물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하지만 말러, 쇤베르크 등 여러 음악가에 영향을 미친 예술가이자 철학가로서의 삶은 다르다. '파르지팔'은 등장인물과 상황을 암시하는 '유도동기(leitmotiv)', 쉼 없이 음악이 이어지는 '무한 선율' 등 바그너의 음악과 사상이 집약된 마지막 작품. 바그너가 죽기 1년 전인 1882년에 작곡했다.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 수난을 상징하는 종교적 유물인 성배(聖杯)와 성창(聖槍), 그리고 이를 지키는 기사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자비와 속죄, 믿음과 구원을 다룬다.
국내에서 제작된 바그너의 오페라는 1970년대 선보인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로엔그린' '탄호이저' 정도다. 그나마 '탄호이저'는 한국어로 번역해 공연했다. 예술의전당이 2008년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바그너의 손자인 볼프강 바그너가 연출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프로덕션의 '파르지팔'을 들여올 계획이었지만 오페라극장 화재로 취소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공연이 한국 오페라 문화가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는 데에 이의가 없다. 서정원 한국바그너협회 실행위원은 "바그너는 전체 오페라 레퍼토리 중 주류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음악과 이야기, 거기에 담긴 세계관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하면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한국 오페라가 큰 걸음을 내딛는 소중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상 높아진 한국의 바그너 가수
이번 공연은 2008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부터 세계 정상급 구르네만츠로 꼽혀 온 베이스 연광철이 연기하는 구르네만츠를 국내에서 볼 기회다.
성배를 지키는 원로 기사 구르네만츠는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이다. 명료한 독일어 발음에 정교하고 세련된 미성을 앞세운 연광철은 굵고 묵직하게만 접근하던 기존 구르네만츠 역의 성악가들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 받고 있다. 그는 올해 스페인 마드리드 테아트로 레알, 빈 슈타츠오퍼,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 등에서 구르네만츠를 연기했고 한국 공연 후에는 시카고 리릭 오페라의 '파르지팔'에 출연한다.
7월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을 비롯해 2008년 이후 연광철과 지속적으로 무대에 같이 섰던 테너 크리스토퍼 벤트리스가 파르지팔을 맡았다.
유럽과 차별화된 정통적 해석
'파르지팔'이 자주 공연되는 유럽에서는 원전에 충실한 무대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은유를 더한 현대적인 연출이 흔하다. 2002~2007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탄호이저'를 연출한 프랑스 연출가 필립 아흘로가 선택한 연출은 성배 기사들이 성창과 성배의 기운을 다시 받아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정통 방식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와 달리 바그너 오페라는 성악보다 관현악이 중심이다. 연주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 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를 지낸 로타 차그로섹이 이끄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맡는다. 바그너 공연은 국내 오케스트라가 취약한 금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국립오페라단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호른과 트럼펫 연주자 2명씩과 바그너 연주 경험이 많은 악장을 초청하기로 했다.
공연은 오후 4시에 시작한다. 105분의 1막 공연 후에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게 한 시간의 휴식 시간을 갖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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