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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속 그만 썩일게"… 가족애 회복 마중물 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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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속 그만 썩일게"… 가족애 회복 마중물 명성

입력
2013.09.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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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너의 속마음을 들어본 적이 없구나. 미안하다 아들아"

6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대안교육센터에 마련된 가족사랑캠프장. 고등학생 아들 앞에서 편지를 읽던 아버지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닫혔던 마음을 활짝 연 아버지의 모습에 아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아빠, 속 그만 썩일게, 사랑해요"

이날 가족사랑캠프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9가족 25명. 청주지법과 대전가정법원에서 캠프 체험을 권고한 비행 청소년 가정이 참가했다. 대부분이 부모와 함께 했고, 형제ㆍ자매까지 온 식구가 참가한 가족도 있었다. 평소 대화가 없어 서먹서먹해하던 가족들은 마음을 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서서히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됐다. 소감문을 발표하는 순간에는 모든 이의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번졌다.

학교폭력 문제로 참가한 이준수(가명ㆍ중3)군의 어머니는 "꽉 막혔던 가슴이 단번에 뚫려버린 느낌"이라며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조금씩 노력해가면 방황하고 있는 준수의 마음도 다잡아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청주대안교육센터가 운영하는 가족사랑캠프가 부모와 자녀간 단절된 벽을 허물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가족 사랑에 힘입어 저절로 청소년 비행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보고 있다.

소통ㆍ나눔ㆍ기쁨의 첫 자를 따 '소나기'로 부르는 캠프는 말 그대로 메마른 땅을 적시는 소나기처럼 가족 간 메말랐던 감정을 쏟아내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1박 2일 일정의 소나기캠프는 대화를 트는 마음열기로 시작한다. 케익만들기, 세족식, 속마음을 전하는 편지쓰기, 촛불의식 등을 통해 어울리는 법을 모르던 부모와 자식이 서로 친구처럼 다가가는 시간이다.

호젓한 숲속 정원과 방갈로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에는 소중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약속을 담은 가정헌법을 만든다. 이어 각자 소원을 담은 희망풍선을 만들어 하늘로 날려보낸다.

센터측은 수료식에서 참가 가족들이 만든 가정헌법을 액자로 제작해 전달한다.

운영 프로그램이 알차고 효과도 큰 것으로 소문나면서 캠프 참가자는 급속히 늘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소나기캠프에는 모두 9차례에 걸쳐 66가족 158명이 참여했다. 벌써 지난 한 해의 40가족 105명보다 30%이상 증가했다. 청주대안교육센터는 예산 사정상 올해 총 6차례 캠프를 열 계획이었으나 신청자가 몰려 운영 횟수를 더 늘렸다. 부족한 비용은 뜻있는 기관이나 단체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지난 6,7일 실시한 9번째 캠프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정보문화사업단이 후원했다. 예년보다 운영 횟수를 늘렸지만 아직도 20가족이 대기중이다.

센터측은 캠프 사후 관리도 철저히 한다. 참가한 청소년의 변화 모습이나 학교적응 상황 등을 3개월 단위로 파악하고 필요하면 추가 상담도 해주고 있다.

박상현 청주대안교육센터장은 "캠프에 들어온 아이들이 24시간 부모와 스킨십을 하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일 때 감동을 받는다"며 "대기 가족이 많아 앞으로 2,3차례 더 캠프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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