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출기업 돕기 외교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19조원 규모 브라질 고속철도(TAV) 건설 사업자 선정에 우리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내달 브라질을 전격 방문하기로 한 것. 약70조원이 투입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 등 세계 고속철도 시장 공략을 위한 정부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9일 기재부에 따르면 현 부총리는 내달 9일 미국 워싱턴시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 참석한 뒤 곧장 브라질로 향해, 한-브라질 재무장관회담을 갖는다. 현 부총리가 예정에 없던 브라질 방문을 결정한 데는,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TAV 입찰이 1년 뒤로 연기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TAV 사업자 선정이 연기된 만큼, 우리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며 "고속철 사업이 양국 회담의 주요의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TAV는 2020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2단계로 나눠 사업이 진행된다. 캄피나스와 상파울루를 있는 1단계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를 잇는 2단계를 합쳐 511㎞ 구간에 건설된다. 브라질 교통부 산하 기획물류공사(EPL)가 올해 초 발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총 사업비는 178억달러(약19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TAV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사업자ㆍ참여업체간 이견 등으로 입찰이 수 차례 연기돼 왔다. 이번 달 예정됐던 입찰도 프랑스 컨소시엄만 단독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결국 연기 됐다. TAV 사업은 밀림을 관통해 건설해야 하는 어려운 공사인 만큼 투자 위험이 큰데, 이에 따른 수익성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TAV 사업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현재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프랑스 컨소시엄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브라질 정부와 협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TAV 입찰이 내년으로 미뤄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 우리나라 업체들이 유리한 조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세계 고속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TAV 사업은 현대로템, 미 고속철 사업은 삼성물산 등의 우리기업이 사업참여를 위해 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AV 사업의 경우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등의 조건이 추가될 경우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정부와 보조를 맞춰 사업 수주를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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