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ㆍ독재 미화 등 근현대사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고대사 도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전 학설을 그대로 쓰는가 하면 야사(野史)를 사실인 것처럼 언급하는 등 함량미달이라는 지적이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삼국의 발전 과정을 다루면서 26쪽 왼쪽 날개주에 "고구려 건국 초기 연맹 국가 형성에 참여한 5개의 부족으로 소노부ㆍ계루부ㆍ관노부ㆍ절노부ㆍ순노부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신라의 왕호 변천을 표로 정리하면서 박혁거세를 '족장'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9일 학계에 따르면 이는 삼국 초기 사회를 부족사회로 본 40여 년 전 학설로 이미 폐기된 것이다. 현재 역사학계는 당시 사회를 계급이 분화된 문명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고 부족, 족장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한국역사연구회장인 하일식 연세대 교수(사학과)는 "고구려와 백제는 5부, 신라는 6부가 연맹한 것으로 현재 5부와 6부를 부족으로 이해하는 학설은 전무하고, 혁거세를 족장이라고 하지도 않는다"며 "2010년 중학교의 교과서 8종에서도 이러한 용어는 거의 쓰지 않거나 절제하면서 '군장'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교학사 교과서는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하지 않은 채 부족, 부족장, 군장이라는 용어를 구분 없이 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삼국 초기를 미개 상태로 서술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또 교학사 교과서 29쪽에는 "고구려는 요동성이 함락되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양만춘 장군을 중심으로 군ㆍ민이 합심하여 안시성에서 60여일 간이나 당군에 맞서 싸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안시성 성주(城主)인 양만춘 장군이 쏜 화살에 맞아 당 태종이 실명했다는 것은 조선 후기의 문헌에만 전해오는 설화에 가까우며, 학술적으로는 당시 성주가 누구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22쪽에서는 부여에 대해 "만주의 쑹화강 유역에서 발전하였다"라고 언급한 뒤 "부여는 산과 언덕, 넓은 연못이 많아서 한반도 지역에서는 가장 넓고 평탄하였으며"라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부여는 한반도가 아닌, 만주 지역에서 번성했다. 이는 삼국지 동이전에 나오는 '동이(東夷) 지역에서 가장 넓고 평탄하다'는 문장을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하일식 교수는 "사실 오류도 워낙 많은데다 문장도 정제되지 않은, 집필자의 기본적인 소양이 의심스러운 품격 없는 교과서"라고 일축했다.
교학사 교과서가 토론학습을 유도하는 '탐구활동'을 통해 이승만ㆍ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냉전이데올로기를 주입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6단원 탐구활동(328~9쪽)에서 3ㆍ15 부정선거 후 이승만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 중 "38선 이북에서 우리를 침입코자 공산당이 호시탐탐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라고 서술한 뒤 질문에서 "하야를 결정하면서 무엇이 이승만 대통령의 가장 큰 근심사였는지 생각해보자"고 제시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는 "3ㆍ15부정선거와 4ㆍ19혁명 등은 비켜간 채 이승만의 발언 중 '반공'만을 부각시켰다"며 "특정인에게 우호적인 해석을 전제한 뒤 생각해보자고 한다거나, 일방적인 사료만 제시한 뒤 토의를 유도해 편향적인 사고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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