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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20대 여성 "지름신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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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불황에… 20대 여성 "지름신 굿바이"

입력
2013.09.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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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 김모(28ㆍ여)씨는 취업 초 월급이 200만원에도 채 못 미쳤지만, 100만원 넘는 옷과 가방을 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혹시 나도 된장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마음껏 '질러'댔다. 하지만 최근 1년 넘도록 고가 제품을 산 기억이 없다. 그는 "경제도 어렵고 월급도 제자리이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또래가 다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명품 열기를 주도하며 '된장녀''지름신의 강림'이란 얘기를 들었던 20대 여성들의 통 큰 소비가 사라지고 있다.

9일 한국일보가 비씨카드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이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100만원이 넘는 돈을 결제한 건수는 올 들어 7월까지 4,985건에 그쳤다. 2년 전에 비해 23%가 감소한 것. 경기 침체로 고액결제 건수가 전반적으로 다 줄었지만, 20대 남성(-12%), 30대 남성(-10%), 30대 여성(-9%) 등에 비해 20대 여성의 감소폭이 유독 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수입 고가 브랜드마다 거의 예외 없이 20대 여성고객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액으로 따져도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BC카드 기준,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100만원 이상 결제된 건수의 총 금액 가운데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6.3%였지만, 작년 6.1%, 올해는 5.5%까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이 길어지면서 취업이 지연되거나, 취업을 해도 임금이 잘 오르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거품소비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올 들어 신규취업이 작년에 비해 부진했다. 신규일자리는 보통 남성들을 더 많이 뽑기 때문에 여성들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구조의 변화도 소비패턴을 바꾸고 있다. 온라인 구매가 확산되면서, 백화점에선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기만 하고 실제 구매는 저렴한 온라인ㆍ모바일 쇼핑몰을 통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아예 같은 제품이라도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해외직구'도 보편화되는 추세다. 급속히 확산되는 SPA브랜드도 거품소멸을 촉진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고가품 과시심리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고) 결국은 소비도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건데 그럴 여유가 없는 20대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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