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공격을 명령한 사실이 없다. 미국도 그런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알 아사드 대통령의 미 언론 인터뷰는 시리아 사태 이후 2년여 만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쇄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 군사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알 아사드 역시 미디어를 통한 여론몰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 공영방송인 PBS와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시리아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 대통령궁에서 진행된 PBS의 앵커 겸 저널리스트인 찰리 로즈와의 단독 대담에서 “나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과 전혀 상관이 없다. 미국은 내가 연관됐다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서방의 주장을 강하게 일축했다. 알 아사드의 인터뷰 전문은 9일 밤 PBS의 ‘찰리 로즈 쇼’에서 방송된다.
앞서 로즈는 미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알 아사드는 미국이 공격을 감행한다면 (시리아) 동맹국들의 보복 공격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 국민들에게 중동 갈등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말했다.
독일 주간 빌트 암 존탁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은 알 아사드 대통령이 허락한 게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시리아 인근 해상 감시선에서 무선통신을 감청한 독일 정보기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 “시리아 정부군이 그 동안 알 아사드 대통령에게 화학무기 공격 승인을 요청했으나 수 차례 거절당했다”며 화학무기 공격주체는 알 아사드가 아닌 정부군의 단독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시리아 반군지역인 북부 카프란벨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이메일로 미 의회에 보내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과 마틴 루터 킹 주니어’라고 적힌 이 동영상에는 알 아사드 정권에 의해 가족을 잃은 국민들이 미국의 군사개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 어린 소녀는 “당신들은 우리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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