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미래는 네게브 사막에 있다. 만약 사막을 정복 못하면 우리가 사막에 정복당한다."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총리인 밴구리온이 국민에게 남긴 유언이다. 그는 1974년 네게브 사막지방에 밴구리온대와 사막연구소를 설립하였고, 갈릴리호의 물을 사막지대로 옮기는 500㎞의 송수관을 건설하는 네게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40년이 지난 지금 약 6억6,000㎡에 달하는 사막이 옥토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바나나, 파인애플 등 각종 농산물과 특용작물은 세계로 수출된다. 또 밴구리온대와 사막연구소는 극한 생태계와 태양에너지 기술 연구의 세계적 허브가 되고 있다.
이 사막프로젝트는 관(官) 주도형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다. 애당초 관료에게 창조란 단어 자체가 상당히 생소하다. 그들은 일정한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들어오라' 혹은 '들어가지 말라'식의 스포츠 심판과 같은 일에 익숙하다. '상상력의 날개를 타고 스스로의 경험과 지식까지 넘어서 저 미지의 무한한 이데아의 세계'에서 승리하여 살아 남아야하는 일은 시장의 몫으로 생각한다.
20년 전 김영삼대통령은 관료들에게 세계화를 주문했다. 당시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하고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는 세계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선진 시스템으로 한국 사회를 바꾸고자 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방향은 잘 잡았지만 우리사회가 단기간에 그 대안을 수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희생이 컸다. 반면 벤구리온의 네게브사막프로젝트는 2,000년 만에 땅을 되찾은 이스라엘에게는 부흥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다 같은 국가 살리기 프로젝트인데 무엇이 이렇게 다른 결과를 부른 것일까?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사막'은 누구에게나 쉽고 구체적으로 와 닿는 말인데, '세계화'는 그러하지 못했다. '사막'은 누가 보기에도 그 변화의 목표, 즉 비전이 분명한데, '세계화'는 그러하지 못했다. 국가적 프로젝트라면 대중과 함께 해야 성공한다. '사막'처럼 그 과정이 시민적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안개와 같은 슬로건으로는 뿌리가 내리지 않는다.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쓰레기에서 전기 캐는' 사업이 훌륭한 나라 살리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쓰레기란 소용이 없어 버린 물품이다. 시장에서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들은 결국 동네 소각장이나 매립장, 아니면 해양에서 처리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런던 협약에 따라 해양투기가 금지되어 육지에서만 처리되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안 나고 올해도 최악의 전력난을 겪었다. 또 쓰레기가 여기저기서 썩으면 얼마나 냄새가 심한가. 그런 쓰레기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원유를 발견한 것처럼 다함께 춤을 출 일이 아닌가.
아인슈타인은 모든 물질은 다 에너지덩어리라 했다. 우리나라에 없는 석유와 천연가스만이 에너지원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산과 들에서 벌어지는 광합성이 다 자연 에너지 공장이요, 국토에 매일 버리는 수많은 쓰레기는 다 인공에너지공장이다.
에너지 입국은 국가생존전략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OECD국가 중 꼴찌다. 국제권장기준은 7%인데 우리는 아직 3%에도 못 미친다. 2010년도 전 세계의 신재생에너지 평균보급률은 무려 13%다.
현재 추진 중인 폐자원에너지 사업에 우리 모두 좀 더 큰 관심을 갖자. 이 사업은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심한 냄새를 맡아가며 이름 없이 하는 사업이 아니다. 반도체산업이나 고속도로사업에 못지않은 국가기간사업이요 '빛'나는 사업이다.
모방경제의 틀을 벗어나 창조경제로 나가는 것이 21세기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적 도전이라면, 우리도 밴구리온의 네게브사막프로젝트처럼 현실감이 있는 현장에서 창조의 테마를 찾아야 한다.
그 많고 많은 현장의 사업들은 우리 주위에 쓰레기처럼 깔려 있으면서 우리의 놀라운 연금술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사막이라고 해서 그냥 사막이 아니다. 쓰레기라고 해서 그냥 쓰레기가 아닌 것이다.
신동원 한양대 폐자원에너지화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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