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부활한 제41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청소년 대표팀 차출과 2014 프로야구 신인 지명회의 종료로 재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흥미진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군산월명야구장과 청주야구장에서 57개 출전 팀이 열전을 벌여 8팀만 살아 남았다. 8강전은 오는 12일부터 목동야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된다.
차세대 에이스의 출현
2인자에서 1인자로 도약을 노리는 새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덕수고는 8강 문턱에서 탈락했지만 186㎝의 장신 사이드암 엄상백(2년)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1년 선배 안규현과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프로 구단 스카우트는 "지금 성장세라면 직구 시속은 140㎞를 넘을 것이고, 안규현을 능가할 만한 자질이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고 오른손 투수 최원태(2년)는 3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투구로 두각을 나타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6㎞를 찍었다. 서울고 역시 16강에서 탈락해 최원태의 투구를 계속 지켜볼 수 없지만 내년이면 고교 톱 랭킹 '파이어볼러'로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부산고 오른손 유진욱, 동산고 왼손 김택형(이상 2년)이 좋은 피칭을 했고, 1학년 중에는 상원고 전상현, 군산상고 장영석이 미래를 밝혔다.
영원한 강 팀은 없다…이변 속출
40년 전통과 권위의 봉황대기는 예선 없이 치르는 하나뿐인 전국 대회다. 전국 대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팀들이 언제든 이변을 연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인 셈이다. 올해 역시 이변이 속출했다.
이번 대회 8강 출전 팀 가운데 군산상고와 동산고, 용마고, 부산고, 유신고 등이 올 시즌 처음으로 8강에 올랐다. 특히 부산고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를 우승한 덕수고를 16강전에서 5-3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부경고는 1회전에서 대통령배 우승팀 공주고를 6-5로 꺾고 돌풍을 일으켰지만 2회전에서 군산상고에 덜미를 잡혔다.
석수철 군산상고 감독은 "고교 야구는 흐름의 경기"라며 "전력이 좋다고 해도 한 순간 분위기에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 금광옥 동산고 감독 역시 "쉬운 팀이 없다. 눈 앞의 한 경기, 한 경기만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홈런보다 어려운 많은 3루타 생산
3루타는 홈런보다 어렵다. 타구 방향이 외야 깊숙한 곳으로 향해야 하고, 발도 빨라야 한다. 사이클링히트 달성 여부도 3루타에서 갈린다. 프로에서는 시원한 홈런포를 자주 볼 수 있지만 3루타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고교 무대에선 3루타가 경기당 1개 이상은 꼭 나온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그라운드 홈런)도 2개나 나왔다. 반면 담장을 넘긴 것은 2개뿐이다.
많은 3루타가 나왔다고 해서 타자들의 장타력이 좋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나무 배트를 사용하면서 나온 '기현상'이란 평가다. 타자들은 출루만을 위해 갖다 맞히는 '똑딱이 타격'을 한다. 큼지막한 타구는 안 나오고, 수비하는 쪽에서는 외야수를 전진시킨다. 이 때 우중간이나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나오면 공은 외야 깊숙이 굴러가기 마련이다. 평범하게 뜬 공도 전진 수비 탓에 야수 키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 외야수들의 송구력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한다.
한 고교 야구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야수들의 기본기가 떨어진다"면서 "야구를 좀 한다거나 손목 힘이 좋은 선수들이 타자로 빛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투수만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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