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체인 메가박스의 전면 상영 중단으로 파장을 일으킨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됐다는 정부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천안함이 좌초에 의해서거나 잠수함과 충돌해 침몰했을 수도 있다는 여러 정황을 다룬다. 정부의 발표에 큰 물음표를 제시하면서도 공식 발표를 전면 부인하진 않는다. 다만 공식 발표만 무조건 믿으라는 정부의 고압적 자세가 오히려 의혹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며 소통을 강조하는 영화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개봉 전부터 수난을 겪었다. 지난 4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상영됐을 때 국방부로부터 국민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충무로 주요 배급사들이 손사래를 치면서 제작사 아우라픽처스가 직접 배급에 나서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8월엔 해군 장성과 천안함 침몰 희생자 유족 등이 사실을 왜곡하고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법원에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개봉 전날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간신히 극장에서 일반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 영화는 천안함이 침몰한 이유에 대해 다른 가능성들을 토론해볼 필요성을 이야기한 것뿐이므로 거짓을 말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기각 판결의 요지였다.
정상민 아우라픽처스 대표는 "메가박스는 6일 오후만 해도 관객들 반응이 좋다며 상영관을 늘릴 의사를 표하다 이날 밤에 갑자기 상영 중단을 통보했다"며 의문과 함께 아쉬움을 나타냈다.
'천안함 프로젝트'외에도 한국 영화사에선 정치사회적 이유 때문에 풍파를 겪은 영화가 허다하다. 특히 일부 삭제 명령권 등을 가진 사전 심의기구인 공연윤리위원회가 1998년 위헌 판결에 따라 해체되기 전까지는 검열 등에 따라 수난을 겪은 작품이 많았다. 6ㆍ25전쟁 뒤 만들어진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은 빨치산을 미화했다는 용공성 시비로 상영과 상영 중단을 반복했고,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한 뒤 가까스로 정식 개봉했다. 유현목 감독의 사회비판적 영화 '오발탄'(1961)은 이승만 정부에선 상영되지 못했다가 제2공화국에서 개봉했으나 5ㆍ16 군사정변이 발생한 뒤 극장 상영을 마감하는 비운을 겪었다. 1984년 당대의 스타 김지미의 삭발로 화제를 모았던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는 스님들의 어두운 행적을 그렸다는 불교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제작이 아예 무산됐다.
영화에 대한 외풍은 민주화 이후에도 작용했다. 10ㆍ26사태를 소재로 한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뒤 법원의 결정에 따라 3분 50초 분량을 검은 화면으로 처리해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정치적 논란이 거센 와중에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에서 손을 떼면서 극장 확보에 어려움을 맞기도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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