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의 외부계약직인 위탁택배기사들이 우정사업본부의 택배수수료 중량별 차등지급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본보 8월 27일자 10면)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들에 파업(운송거부)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택배기사 블랙리스트를 발송, 계약하지 말라고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 1,800여명의 우체국 위탁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우체국택배기사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서울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랙리스트 문건을 공개했다.'소포위탁운영관련 중요사항'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사진)은 지난 6월 28일 작성됐으며 경기 평택우체국에서 경기∙인천 지역 우체국의 위탁기사 담당부서로 발송됐다.
문서에는 "2011년 서울 금천우체국에서 배달원 스트라이크를 주동했던 명단"이라며 5명의 기사 명단과 차량번호가 명기됐다. 이어 "현재 수원우체국의 (위탁)업체와 배달원 간 협상에서 (명단에 오른 이들이)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니 (다른 우체국에) 위탁기사로 채용되지 않도록 주지시키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우체국은 중간 택배업체에 업무를 위탁하고 이 위탁업체들이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문건 작성 지시는 우정사업본부가 내린 것으로 확인됐고 경기지방우정청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6월 초 한 위탁업체 관계자가 문제를 일으킬만한 기사들의 명단을 공유시켜 달라고 해 (명단 등) 내용을 서울∙경기∙인천지방우정청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1970~80년대 정부기관이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과 비슷하다"며 "생계를 가지고 권리주장을 막겠다는 것은 독재정권 시절에나 가능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위탁택배기사들은 차등수수료제로 월 7만~20만원의 수입이 줄어든다며 폐지를 주장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위탁업체와 기사들이 해결할 문제"라며 방관해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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