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경제제재에 참여하고 있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여전히 석유와 무기 전용이 가능한 물자의 대북 반출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북ㆍ중 경제협력 수준은 핵실험 이전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8일 내놓은 '북ㆍ중 접경지역 경제교류 실태와 거래관행'자료에서 중국은 북핵 위기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대북교역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 분석과 함께 접경지대에서 북한과 교역하는 중국인과의 면담을 통해 작성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올 들어서도 대북 원유 공급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의 경우 5,584만달러의 원유가 공급됐으며, 3~5월에도 중국은 2억1,000만달러 규모의 원유를 북한으로 보냈다. KIEP 조사에 응한 중국 지린(吉林)성의 북한 전문가는 "3차 핵실험 직후인 올 2월 중국이 원유 수출을 금지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춘절 연휴로 인해 통관 업무가 지연된 것에 불과하다"며 "대북 제재와는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KIEP는 북한 정권의 약화를 원치 않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국제 규범과 동떨어진 북한과 중국간의 비공식적 거래 방식이 맞물리면서 안보리 결의안 1718호와 1874호에 따른 전략물자의 대북 금수조치에 구멍이 뚫렸다고 평가했다. 중국 세관의 낮은 감시수준과 접경 지역에 관행화된 현금 거래를 통해 북한 권력층으로 비자금용 외화와 유엔이 정한 교역 금지 품목이 제약 없이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랴오닝(遼寧)성의 북한 전문가는 "북한과 거래하는 민간 무역회사들은 무기류와 화공품을 제외하면 중국 당국의 규제나 감독 없이 교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원료 생산을 위한 설비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장비와 부품 ▲군수물자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품목(Dual-Use Goods)이 제한 없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제사회 제재가 심해지면서, 유일한 대외통로인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격적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KIEP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무역액은 59억3,000만달러로 전체 대외무역의 89%에 달했다. 북한의 대중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말 톤당 95달러이던 북한산 무연탄을 일방적으로 85달러로 낮춰 수입하는 등 중국 자본의 횡포도 심해지고 있다. KIEP는 대중 무역을 통해 유입된 중국 위안화의 북한 내 유통이 급증하고 있으며, 북한 동해안의 전략 항구인 나진항 운송 인프라 개발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등 북한의 경제주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쓴 이종운 극동대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만성적 경제난을 극복할 수 없다"며 "대외경제 재정립을 통해 대중 의존도를 줄이면서 경제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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